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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무더위 111년 만에 찾아온 재난
올여름 무더위 111년 만에 찾아온 재난
  • 김세완 기자
  • 승인 2018.07.23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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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름 무더위가 가혹할 정도다. 폭염을 넘어 재난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그야말로 기상청 관측 이후 111년 만에 찾아온 불볕더위다. 창녕이 연일 38도를 넘나드는 등 경남지역 폭염이 거세지자 주말 동안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피서지로 떠났다.

또한,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도 잇따랐다. 지난 21~22일 주말을 맞아 시민들은 해수욕장과 계곡을 찾아 더위를 식혔다.

창원ㆍ거제ㆍ부산 등 해수욕장, 김해롯데워터파크, 거창 수승대ㆍ양산 배내골 등 계곡에는 피서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경남은 이번 폭염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경남도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는 1천43명이 발생해 그중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남의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다. 온열질환자 1천43명 가운데 경남은 165명으로 가장 많았다. 18개 시ㆍ군 전역에 찜통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축산농가는 닭과 돼지 등의 가축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1일까지 도내 52개 농가에서 가축 3만 6천304마리가 폐사했다. 지역별로는 거창이 닭 7천마리, 오리 2천마리, 돼지 20마리 등 9천20마리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도내 시군의 각종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진주시의 ‘2018년 무형문화재 토요상설공연’과 김해시의 ‘2018 허왕후신행길축제’ 등 행사들이 무더위로 연기ㆍ중단됐다.

경남도는 최근 5년간(2013∼2017년) 경남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다슬기를 채취하다 30명이 물에 빠져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이 기간 물놀이 사망자는 24명, 다슬기 채취 사망자는 6명이다. 물놀이 사망 원인은 수영 미숙과 음주 후 수영이 각 8건, 안전수칙 불이행이 3건, 기타 5건 등이다. 올해 역시 지난 21일 함양군 안의면 석천교 아래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던 초등학생이 숨지는 등 물놀이 사망자 3명, 다슬기 채취 익사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 도는 사고가 이어지자 22일 한경호 행정부지사 등이 물놀이 취약지역인 산청과 거창 등을 찾아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현장을 점검했다.

한 부지사 등은 물놀이지역 주위에 비치된 구명환, 구명조끼 등 구명장비의 설치 상태와 안전관리 요원 배치, 근무 실태 등을 확인했다. 경남도는 지난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를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 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해 하천과 계곡 등 물놀이지역 182곳에 위험표지판을 설치하고 구명장비와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이같은 기록적인 무더위가 한반도를 급습한 이유가 따로 있다. 원인은 티벳 고기압이라 불리는 대륙성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부딪히면서 샌드위치 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데 기상청의 분석결과 111년 만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샌드위치 현상은 한반도 상공에서 대륙성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로 맞물려 이동하지 않고 정체하면서 발생하는 기현상인데 특히 올해는 10년 주기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는 해여서 대기 상층부까지 고기압이 정체돼 자리 잡고 있다.

또 지난 주말인 21∼22일에는 중국 상하이 쪽으로 이동한 태풍 ‘암필’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한증막 더위가 한층 심화했다.

가마솥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강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통상 8월 초에는 7월 말 못지않게 수은주가 높게 치솟고, 8월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진다. 기상청은 열흘 뒤인 다음 달 2일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기온은 평년(최저 20∼24도ㆍ최고 27∼33도)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열흘 뒤까지 비 소식은 없다.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수는 있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지표면을 식힐 만한 빗줄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낮에는 숨이 턱턱 막혀 건물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딛기가 무섭고 한밤중에도 에어컨 없이 잠들 수 없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7말 8초’(7월 말 8월 초)가 연중 가장 더울 때라는 점을 고려해도 요즘 같은 폭염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는 여러 가지 무더위 요소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한반도가 1994년을 뛰어넘어 기상 관측 111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이번 무더위는 폭염을 넘어 재난이라는 비유가 손색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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