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학생인권조례 서두를 일 아니다
경남 학생인권조례 서두를 일 아니다
  • 오태영 사회부 부장
  • 승인 2018.07.19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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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장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겠다는 데 이토록 반대가 심한 경우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학생인권조례다. 이 조례를 제정한 4개 도의 조례 내용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살펴보면 사생활을 보호한다며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나, 두발ㆍ복장 등 자신 용모를 자기가 결정하도록 하는 개성을 실현할 권리(또는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또는 언론 활동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조항이다.

더 놀라운 건 여학생이 임신해도 학교나 부모가 손을 놓아야 하는 듯한 투의 조항이다. 임신을 나무란다거나 하면 학생이 고발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놨다는 비판이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학생인권조례는 누구도 아닌 학생을 위한 것이다. 학생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져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조례가 만들어져야 하고 학생들의 의견이 무엇보다 우선 반영되는 것이 옳다.

 교사를 비롯한 학교현장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교육현장을 벗어난 어른들의 시각으로 쉽게 재단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를 비웃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학교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고 학생 현실과는 무관한 선언적 조항이 많다는 것이다. 왜 어른들이 학생들의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멋대로 학교를 주무르려고 하느냐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과 교사의 말을 들어보면 자유로운 휴대전화 소지는 학교 교육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학교 현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학생들이 집회의 자유를 누려야 하는 이유도 납득하기 힘들다.

학교의 부당한 행위나 학교생활 개선을 위한 집회라면 몰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집회를 가져도 좋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학생들이 외부의 힘에 휘둘릴 여지를 주는 독소가 될 수 있다. 선거 연령을 낮추려는 요구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른들이 주장하는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보살핌과 지도, 자유로운 상상과 꿈을 통해 커간다. 어른들의 낡은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나 그렇다고 어른들의 개입을 무조건적으로 제한할 일은 아니다. 때로는 질책이 때로는 강제가 필요할 때도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학생인권조례는 무한 무간섭주의라고 할 만하다.

진보진영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목적 실현을 훨씬 뛰어넘는 입법 과잉이라는 인상이 짙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정말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공감할 수 있는 조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경남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고 한다. 아직 무엇을 담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타 시도의 조례와 별반 달라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들과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고 세부적으로 다듬는 수준이라는 말이 들린다.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찬반대립은 불 보듯 뻔하다.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들,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승자의 논리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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