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과일을 먹으면 체한다
설익은 과일을 먹으면 체한다
  • 경남매일
  • 승인 2018.07.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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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전모를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칼날이 정치권과의 금품거래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허 특검은 “설익은 과일을 먹으면 체한다. 동네 뒷산에 올라가려면 테니스화를 신고도 가지만 1천m 이상 바위산에 아무 장비 없이 올라가면 분명 어딘가 다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허 특검의 이 말은 수사방식을 섣부르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또 이면엔 ‘확실히 하겠다’다는 의지로도 비쳐진다. 특검팀은 12일 이른바 드루킹이 이끌어온 경제적공진화모임의 댓글조작 시스템인 ‘킹크랩’을 설계한 경공모 회원 ‘둘리’ 우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킹크랩 초기버전 개발에 관여한 경공모의 핵심 회원인 우 씨는 2016년 10월 출판사를 찾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당시 국회의원)에게 킹크랩을 직접 시연한 것으로도 지목된 인물이다. 앞서 우씨에게 킹크랩 개발 경위와 작동 원리 등을 세밀하게 조사한 특검은 이날 ‘킹크랩 시연회’ 당시 시간대별 상황을 우씨에게 추궁했다.


 특검은 특히 당시 김 지사가 시연을 본 뒤 어떤 말을 했는지, 그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연회 후 김 지사가 경공모 측에 100만 원을 건넸다는 드루킹의 주장도 진위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5월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출판사를 찾아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킹크랩 시연은 본 적이 없으며 시연회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특검은 김 지사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추적도 벌이고 있다. 김 지사의 당시 보좌관 한모 씨(49)에게 경공모 측이 건넨 500만 원과 경공모 회원들이 김 지사에게 후원한 2천700만 원 등이 김 지사에게로 흘러가지는 않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노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드루킹이 2016년 총선 당시 노 원내대표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경공모 회원 등을 통해 5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지 않았느냐는 일각의 의혹을 규명한다. 특검의 조준은 이처럼 정치권을 전면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특검의 수사의지를 적극 지지한다. 특검은 자신의 다짐처럼 설익은 과일을 먹지 말라. 장비를 단단히 챙기시라. 험준한 산행을 앞두고 신발 끈도 단단히 동여매라. 특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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