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5:32 (화)
김해문화의 전당 울린 소리극 ‘서편제’관객 ‘눈물바다’
김해문화의 전당 울린 소리극 ‘서편제’관객 ‘눈물바다’
  • 박경애 기자
  • 승인 2018.07.09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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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애리 등 젊은 소리꾼 열연ㆍ열창
▲ 서편제는 음색이 곱고 서민들의 애환을 잘 담아 애절한 게 특색이다.

   소리극 ‘서편제’가 지난 7일 김해 문화의 전당 누리홀에 올려졌다. 소설가 이청준의 ‘남도사람’ 연작 중 한 편인 서편제는 이미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 제작돼 지난 1993년 개봉된 바 있고, 그간 뮤지컬ㆍ창극으로도 각색돼 큰 관심을 끌었다. 소리극으로 연출된 서편제가 서울 각지에 공연되다 이제 김해를 찾았다.

   

   지난해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초연된 소리극 ‘서편제’ 는 ‘윤동주, 달을 쏘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등을 만든 권호성이 연출을 맡았고 극작가 진남수가 각색했다. 거기다 조엘라, 황애리, 안이호 등 국내 창극ㆍ 판소리무대의 젊은 소리꾼들이 무대를 꾸몄다.    

▲ 국내 창극ㆍ판소리무대에서 활동하는 젊은 소리꾼들이 참여했다

   극은 마을에 전설처럼 각인된 소리꾼 얘기를 해달라는 나그네이자 송화의 오라비가 주막집 아낙네와 만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액자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극에 주모와 오라비 동호는 과거와 현재를 끌어내고 이어주며 관객들과 호흡한다. 특히 소리꾼이자 송화 아버지 역의 안이호와 극의 감초 역을 맡으며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 준 조엘라가 관객석까지 나와 관객들의 흥미를 도왔다. 극 초반부터 흥부가ㆍ아리랑 등 판소리를 통해 관객과 공감하려는 주인공들의 열정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도아리랑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에서는 우리의 한을 조명하면서도 이를 구성지게 승화하려는 연출가의 노력과 진정성이 비춰졌다. 여기에 진도아리랑이 갖는 ‘깊은 한’ 뒤의 흥겨운 가락이 관객의 정서에 호소해 심금을 울리면서 이 극의 백미로 읽혀졌다.

 서편조라고도 불리는 서편제는 조선 철종 때 명창 박유전의 법제(法制)를 이어받은 판소리의 한 유파다. 광주를 비롯한 전남 나주시, 보성ㆍ강진ㆍ해남군 등에서 성행했다. 서민들의 애환을 잘 담아내고 음색이 곱고 애절한 게 서편제의 특색이다.

 판소리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서쪽을 ‘서편제’, 동쪽을 ‘동편제’라 부른다. 동편제가 무겁고 매김새가 분명하다면 서편제는 애절하고 정한이 많다. 주인공 송화와 동호에 의해 불려지는 ‘심청가’의 선율과 구슬픔처럼.

▲ 득음을 위해 자신의 연약한 인생을 희생한 송화 역의 황애리는 많은 호응을 받아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서편제는 어디도 견줄 수 없고 세상 모든 것과 오로지 바꿀 수 있는 ‘예술가의 혼’을 이미지 한다. 특히 유봉이라는 소리꾼이 딸, 송화에게 약을 먹여서까지 한을 풀어내는 소리꾼으로 살아가게 하는 장면은 서편제에서 가장 비극적인 부분으로 그려지면서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애지중지 외딸의 눈을 멀게 하면서까지 한 편의 예술을 만들어내려는 아비의 모습은 예술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으로 기록된다. 여기다 이러한 아비를 둔 딸이 그를 원망치 않고 한을 소리로 풀어내며 세상 모두를 품고 득음하는 장면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번역된다. 더불어 소리꾼 아비에 반항해 떠돌던 송화의 오라비 역시 누이의 득음 속에 자신을 승화시키는 모습이 어우러져 서편제는 한 편의 거대한 수묵화를 연출해 낸다. 

   주인공 송화의 오라비 동호가 산골 주막에서 어린 날을 회상하는 서두를 따라 마지막 장면에서 눈 먼 누이와 함께 심청가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관객들도 소리 죽여 눈시울을 훔쳤다. 특히 송화의 화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 새벽녘 길을 떠난 오라비의 모습은 우리네 가족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끈끈한 사랑을 잘 보여 준 대목이다. 뒤 이어진 송화의 구성진 “가네가네 떠나가네 길 떠나가네 해가 가니 구름가네… 피고 지고 달 따라… 봄이 오네… 생각나니 눈물 나네 눈물이 나네… 음음… 꽃송이도 울어울어… 소리 안고 품고… 바람 따라 갈까보다 바람 따라 갈까보다…”라는 피날레 가락은 관중석을 한순간 마비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송화의 애절한 목소리와 뜨거운 눈물이 공연장에 흩뿌려지면서 얕게 흐느끼는 관객들의 속울음을 감싸 김해문화의 전당 누리홀을 흠뻑 적셨다. 

▲ 한국적 서정미를 연극으로 극대화한 소리극‘서편제’에 안이호는 구성진 가락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원작과 달리 득음을 위해 자신의 연약한 인생을 희생한 송화 역의 황애리는 극을 끝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편제 판소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기 때문에 오늘 호응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룬 극이어서 마지막에는 극 주인공으로서가 아닌 가족의 한 구성원인 황애리로서 눈물이 터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의 여러 무대에서 공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지만 김해문화의 전당에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많이 반겨주고 호응해줘서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소회하고 “앞으로 이런 무대를 계속 만들어나갈 예정이며 전국 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다”는 향후 행로를 밝혔다.

 총 2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 가족 단위 남녀노소 관객들이 많이 찾아 흥겨움과 애절함, 구슬픔을 절절히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며 가족 간 사랑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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