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에 우뚝 선 일곱 소년들
세계 속에 우뚝 선 일곱 소년들
  • 이주옥
  • 승인 2018.06.26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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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이 등극했다.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몇 년 전 ‘강남 스타일’로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한 싸이에 이은 쾌거다. 그동안 빌보드 차트는 우리나라 가수는 감히 넘보지 못할 먼 나라의 얘기 같았는데 이제 명실공히 제일 꼭대기에 올라 깃발을 꽂았다. 그들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한 것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 이제 성인들조차 빌보드 차트 1위를 거머쥔 대한민국 일곱 소년을 모르고는 시절을 논할 수 없게 됐다. 우리 두 딸들에게는 꽤 열정을 바치는 아이돌 그룹이 따로 있다. 그들의 공연은 물론이고 작은 스티커 하나도 기를 쓰고 모을 정도다. 이런 처지에 엄마인 내가 경쟁자일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쾌거에 관심을 표하는 것이 눈치 보이지만 나도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다. 난 분명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떼로 몰려나와 칼 같은 군무를 하며 그 노래가 그 노래인 것 같은 노래를 부르고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얼굴 구분도 어려운 아이돌 가수는 솔직히 조금 정신 사납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이 많을 뿐 아니라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력을 뽐내는 것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며 저절로 TV 앞으로 끌어당긴다.

 가끔 늦은 시간에 공연장에 간 딸들을 데리러 갈 때가 있다. 도로 위엔 자식들을 픽업하기 위한 부모의 차들로 빽빽하다. 공연이 끝나면 벌떼처럼 몰려나오는 청소년들로 그 일대는 아수라장이다. 그중에는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이는 중년들이 섞여 있는 것을 목격한다. 아이돌 가수에 빠진 어른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얘기다. 놀라는 내게 우리 아이들은 직접 공연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우리나라 말로 부른 노래가 세계적인 음악차트 1위에 오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노랫말에 수많은 상징과 은유로 이 시대의 실상을 대변하고 그런 현실을 뮤직비디오에 담아낸 까닭이라고 한다. 그들의 대표곡 ‘피땀눈물’은 소설 ‘데미안’을 토대로 썼다고 한다. ‘봄날’은 어설라 르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패러디한 곡이라나. 이런 노래를 들으면 그들은 시인이자 음악가이고 철학자라고 칭할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은 니체나 헤겔이 쓴 철학책을 읽지 않아도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으며 철학을 이해하고 삶을 깨우치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대중가수가 끼치는 대단한 영향력이 아니겠는가. 아무런 개념 없는 아이들에게 노래와 춤으로 삶의 지표와 희망을 알려주니 어른들도 한 번쯤 귀 기울일법 하다. 부모나 선생 말은 안 들어도 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하는 이야기는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도 이 시대 기성세대의 몫 인가보다.

 처음엔 노래는 못하지만 외모가 빼어나거나 춤을 잘 추면 가수가 된다는 것도 이해 안 되는 일이었다. 기획사에서 오랜 기간 춤을 가르치고 노래 연습을 시켜서 마치 하나의 상품 출시하듯이 내놓는 것도 못마땅했다. 또한 기계처럼 율동을 하고 개개인의 가창력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 내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영화나 드라마에 배우로 출연해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불리는 것이 최종 고지인양 여겨지는 것도 맥 풀렸다. 하지만 그들이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명의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보다 더 의미와 가치를 인정해야 하리라.

 누가 뭐래도 그들의 소통의 기술은 세련됐다. 매사 윽박지르고 조바심내는 기성세대들과 달리 열정을 다해 몸짓으로 말하고 노래 부르며 아이들의 허기진 마음 언저리를 다독이고 채워준다. 그뿐만 아니라 자분자분한 메시지를 그들만의 언어나 그림으로 표현하며 ‘네 삶의 주인공이 돼라’고 가르친다. 무너지고 부서져도 네 꿈을 좇아 부단히 걸어가라고 말한다. 그러니 위로받고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리들 부모와 기성세대가 할 수 없는 일을 그들은 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젊은이들을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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