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30 (금)
후보 선택 ‘7가지 방법’
후보 선택 ‘7가지 방법’
  • 박춘국 편집국장
  • 승인 2018.06.11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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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국장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4년. 경남지역 사전투표율이 23.83%를 기록. 4년 전 지방선거 11.9%보다 두 배 이상 올라 당마다 해석이 ‘아전인수’다. 이맘때만 되면 유권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뽑아주면 당선이 될까? 내 표가 사표가 되지는 않을까? 민주주의에서 투표는 최선이 아닐 때는 차선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거는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선택(選擇)은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으로 정의된다. 우리 삶이 바로 선택의 연속이다. 태어나 자라 학교를 선택하고 직장, 결혼, 자신의 운명마저도 선택이 결정해왔다. 그래서 ‘선택과 투표’가 우리의 삶과 미래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는 물론이고 우리가 속한 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인 ‘투표’를 포기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 하겠다.

 경남지역 곳곳이 지난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중도에 낙마하거나 당선자가 교도소행을 선택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했다. 선거에서의 바른 선택 기준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 가면으로 자신을 숨기는 후보들이 상당수 출마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조선 숙종 때 김포 군수, 인천 부사 등을 지낸 관록의 역관 김근행(金謹行)은 우리에게 이런 선택의 고민을 다소나마 정리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김근행은 젊은 역관이 찾아와 죽을 때까지 받들어 지켜야 할 가르침을 청하자 ‘필패지가(必敗之家)’를 꼽았다. 반드시 망하는 집안의 일곱 가지 유형을 설명한 ‘필패지가’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 될 만하다.

 김근행이 지적한 망하는 집안 유형의 첫째는,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말 만들기를 좋아하고 손님을 청해 집 앞에 수레와 말이 법석대는 자다. 이 경우는 반드시 망하게 돼 있다고 부연했다. 요즘으로 치면 저녁마다 고급 음식점에 삼삼오오 모여 그들만의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는 경우와 유사하겠다. 또 측근이라 이름 붙여진 자들과 모여 골프장을 전전하는 작태도 궤를 같이한다.

 둘째, 무뢰배 건달이나 이득 챙기려는 무리를 모아다가 일의 향방을 따지고 이문이나 취하려는 자. 이런 자 치고 오래가는 것을 못 봤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건설공사나 납품권을 둘러싸고 선거를 도왔던 이들과 이득을 나눠 챙기고, 챙긴 이문으로 다음 선거 때 정치자금으로 쓰는 꼴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점쟁이나 잡술가를 청해다가 공사 간에 길흉 묻기를 좋아하는 자다. 틀림없이 망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표를 쫓아 절마다 돌고 지역 내 이 교회 저 교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선택에서 배제해야 하겠다. 불공정한 방식으로 추출한 샘플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후보들도 여기에 든다고 하겠다.

 넷째, 공연히 백성을 사랑하고 아랫사람을 예우한다는 명예를 얻고 싶어 거짓으로 말과 행실을 꾸며 유자(儒者)인 체하는 자다. 선거기간에 자신의 치적을 과대하게 포장해 홍보하는 후보들은 이 경우다.

 다섯째, 이것저것 서로 엮어 아침의 말과 낮의 행동이 다른 자는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일렀다. 기계로 여론을 조작하고도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이들,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흑색선전하는 이들, 없는 사실을 가공해서 유포하는 자, 공약을 남발하고 지키지 않는 자, 모두 이 상황에 해당한다.

 여섯째, 으슥한 길에서 서로 작당해 사대부와 사귀기를 좋아하는 자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밤마다 권력자 주위를 맴돌며 돈으로 공천을 받고자 하는 이들, 자리 하나 받을까 해서 실세들에게 줄 대기 하는 사람들이 귀에 담을 이야기다.

 일곱째, 언제나 윗자리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도 꼭 망하게 돼 있다고 장담했다. 자기 그릇이 얼마인 줄 모르고 시의원에서 도의원, 도의원에서 시장, 군수, 국회의원, 도지사 욕심의 끝을 알 수 없는 이들도 많다.

 김근행은 필패지가를 설명하면서 추가로 “윗사람을 모셔도 가려서 해야 한다”고 일렀다. 그는 “한 번 실족하면 큰 재앙이 뒤따르지. 특히 다른 사람이 자네를 누구의 사람이라고 손꼽아서 말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계파와 계보가 난무한 지금 우리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지적이다.

 기성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들은 자신이 김근행이 지적한 필패지가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미 진흙탕이 된 우리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을 계속 부어 더러운 물을 밀어내는 방법이 있다. 옥석을 가리는 유권자들의 혜안이 필요하겠다. 이번 선거에서 꾸중 물을 퍼내고 ‘필패지가’에 해당하는 자들을 선택으로 걸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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