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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이광수
  • 승인 2018.05.24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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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국가 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으로 분립돼 있다. 민주주의 체제든 사회주의 체제든 모두 기본적으로 이 제도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이러한 견제와 균형에 의한 삼권분립의 추가 행정부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이런 추세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장면 정부 시절 단기간을 빼고는 대통령제를 계속 채택해 왔다. 제왕적 권력의 통제를 위해 5년 단임제를 채택했지만 권력독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대통령을 지낸 네 분이 법의 심판대에 섰으며 또 한 분의 전직 대통령이 법의 심판대에 서고 있다. 법정에 선 다섯 분의 전직 최고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은 결백하며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한 분은 그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으며, 군부독재 권력으로 집권한 두 분은 역시 자신의 단죄에 대한 법의 심판을 준수하지 않고 그중 한 분은 자서전까지 써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럼 국정농단이라는 죄명을 들어 촛불혁명(?)의 승리자가 된 현 정부는 어떠한가. 최고지도자를 보좌하며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그들 역시 재야시절에 느꼈던 신선한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는 갑남을녀들임을 지상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이 당한 한풀이(?)로 인해 진영대립의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 편이 아니었던 사람은 결코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자신들의 정치신념인 사회 민주적 평등사회(?)이념구현을 위해 경쟁에 의한 자유 민주적 시장원리가 아닌 대중영합적인 국정 운영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는 한국을 둘러싼 주변 4대 강국인 미ㆍ중ㆍ소ㆍ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북한카드를 꺼내 들고 통 큰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남북 수뇌가 판문점에서 화려한 화해연출을 하고 이에 흥분된 국민들은 마치 금방 통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떠있다. 그러나 북미회담을 앞두고 예측불허의 행동을 일삼는 북미 간의 신경전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가능할지, 또 전처럼 헛다리 짚는 사태가 올지 우려된다. 외국 언론까지 동원해 공개하는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가 쇼일지, 진정한 의미의 CVID 실천단계일지 장담할 수가 없다. 우리 기자단의 입북지연 애먹이기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가. 이러한 한반도의 분위기에 편승해 국가이익과 민족의 장래를 걱정해야 할 언론마저 갈 짓자 걸음을 걸으며 국론분열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사회관계망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맹신주의자들이 벌리고 있는 상대방 비난전이 점입가경이다. 해방 이후부터 시작된 이념논쟁은 아직도 화해와 통합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간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내로남불이 정치권에서 사회 저변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조직의 위계질서는 공자 왈 맹자 왈 시대의 케케묵은 윤리가 돼 버렸고, 진정한 의미의 ‘미투’는 한풀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에 세계 11대 경제 강국에 걸맞은 성숙된 시민의식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일제 잔재 청산문제부터 시작된 과거 들추기는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이념분쟁의 과거사가 남긴 상처를 다시 덧나게 하고 있다. 정부 수립 후 70년이 지난 우리의 헌정사에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이 겪었던 아픈 과거는 그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부재한 상태이다. 우리가 남북으로 갈라져 전혀 다른 이념 세계에 살지 않았다면 그런 상처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과거사의 책임은 우리 자신들에게도 있지만 강대국의 패권경쟁의 희생양이 된 우리 민족의 비극이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왜 정전선언서명에 남한은 빠졌을까. 이 자체가 미스터리이다. 우리의 과거 지도자들이 우리의 주권을 챙겼더라면 지금의 한반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지난 1953년 7월 이후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ㆍ중 강대국의 기침 소리에 감기가 걸리는 신세임을 직시해야 한다. 어느 신문의 객원논설위원은 한때 청와대 참모를 지낸 사람으로서 말하기가 부끄럽다면서 이렇게 일갈하고 있다. “정치권의 단견과 억지, 그리고 천박한 이념에 기반 한 패거리 정치의 대중영합주의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무슨 문제든 긴 안목에서 그 이면의 위험까지를 봐줘야 한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말이다. “민심은 천심이요, 조석 변”이라고 했다. 정권유지 차원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심사숙고하는 정책담당자의 사명감과 깨어있는 국민의식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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