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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 오수진
  • 승인 2018.05.24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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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수진(사)경남수렵인 참여연대 회장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이 말은 지난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친이(이명박)계가 친박(박근혜)계에 대해 공천학살을 단행했을 때 박근혜가 한 말이다.

 17대 대선 때 박근혜는 MB(이명박)를 열심히 도왔고, MB는 박근혜를 국정의 동반자로 예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을 단행했다. 따라서 서청원, 김무성 등 공천에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은 탈당해 서청원은 ‘친박연대’라는 박근혜와 친분을 표방한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정당을 만들었고, 김무성 또한 ‘친박 무소속연대’를 결성해 총선에 출마했다.

 총선 결과 친박연대는 지역구 6석에 비례대표 8석 등 14석을 얻었고, 친박 무소속 연대는 지역구에서 11석을 획득하는 등 친박 돌풍을 일으켰다.

 그 후 친박의원들 모두 한나라당에 복당함으로써 박근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강력한 비주류가 됐다.

 만약 MB가 박근혜를 국정의 동반자로 예우하고, 친박 공천 학살을 단행하지 않았다면 박근혜는 극한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고 MB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와신상담하던 박근혜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되자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은 18대 총선과 상황이 완전 뒤바뀌었다.

 친박계는 너희도 한번 당해보라는 식의 보복공천을 자행했고, 집권한 박근혜는 MB 정부의 4대강과 자원외교를 샅샅이 뒤졌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이한구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앞세워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유승민 의원 등을 배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최근 법정 증언에 따르면 당시 박근혜는 비박계 의원들의 공천배제를 직접 지시했고, 유승민 의원 대항마로 앞세운 이재만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설문까지 작성해 보냈다고 한다.

 또한 공천신청자를 진박(眞朴= 진짜 박)과 허박(虛朴= 가짜 박)으로 구분했고, 심지어 친박 감별사까지 등장하는 등 두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됐다.

 역사에서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만약 박근혜가 배신의 정치 심판과 비박 공천학살을 단행하지 않았다면 과연 탄핵이 성공 했을까하는 의문을 누구나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모 방송국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논란이 되고 있는 안상수 창원시장 공천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희가 홍 대표에게 공천문제에 대한 정리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고 답했고, 이에 유시민 전 의원은 ‘안상수 시장은 홍준표 대표와 사적인 감정 때문에 낙천한 것이고, 홍 대표가 자기 밑에서 부지사 하던 사람을 공천했다’고 말하자, 나 의원은 ‘우리 당은 그래서 망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안상수 창원시장은 ‘경선도 없이 당 대표 측근을 공천하는 것은 사천(私薦)이다. 중도사퇴는 절대 없다’고 선언하고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창원시장에 출마했다.

 당명을 바꾼 자유 한국당은 혁신과 변화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인재영입도 실패했다.

 또한 공천의 악습은 6ㆍ13 지방선거에서도 계속되고 있어, 말이 공천(公薦)이지 사천(私薦)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모 지방에선 4년간 구정질의 한번 못한 구 의원을 시의원으로 공천하는 등 ‘이 빠진 사발에 금이 더 간들 대수냐’는 식이다.

 곳곳에서 공천신청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어도 홍 대표는 ‘잡음 없는 공천은 없다’고 하지만, 계파정치 때문에 망한 정당에서 벌써부터 친홍(홍준표)계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등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의 모습은 암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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