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소망의 불씨
촛불, 소망의 불씨
  • 이주옥
  • 승인 2018.05.10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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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어둠 속에서 빛의 힘은 가장 크다.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한 나라를 구하기도 한다. 새벽을 알리는 여명은 하루의 시작이기도 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요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 촛불의 힘을 제대로 느낀 게 재작년 겨울 무렵이었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그 촛불의 힘은 대단했다. 국정 농단의 주역이었던 대통령을 탄핵하고 영어의 몸을 만든 힘은 그 여리고 작은 촛불에 담긴 국민들의 염원이었다. 바람 앞의 촛불은 더없이 위급하고 약함의 상징이지만 작은 불꽃은 의외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후 촛불이 시위 현장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촛불시위는 비폭력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으며 상대개념인 폭력에 대한 중재와 자제시키는 역할 때문이리라. 언론은 물론 숱한 활동가들은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가장 모범적이고 위대한 투쟁이었으며 정권까지 교체하는 성과를 이룬 최상의 투쟁방식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촛불은 축하와 추모의 의미가 일반적이고, 종교적으로는 의례를 행할 때 촛불을 밝힌다. 고대사회에서 종교는 불을 숭배하는 의식이 많았는데, 이 같은 인류의 전통이 종교의식을 밝히는 촛불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수시로 성모상 앞에 촛불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촛불에는 연인들의 사랑의 징표도 있고, 시험을 앞둔 수험생 부모님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소망과 기원이 담겨져 있다. 그렇듯 촛불은 자신을 불살라 주변을 함께 비추는 희생정신, 개개인은 나약한 존재지만 단결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발견으로서 의미가 깊다. 또한 촛불은 자신의 몸을 녹여서 심지를 활활 태울 뿐만 아니라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역할을 한다. 즉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부터 촛불은 염원과 기도의 상징이었다. 결혼식 때 양가 어머니들의 촛불 점화를 봐도 신랑 신부의 앞날을 기원하는 뜻깊은 행위가 담겨 있다. 또한 이제는 일상화된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이유와도 연결해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 독일에서 촛불은 ‘생명의 등불’을 의미해 생일을 맞은 어린이에게 촛불로 장식된 케이크를 내어놓는데, 이것을 ‘킨테 페스테’라고 하며 지금까지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풍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가톨릭에서 촛불은 온 세상의 빛인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어둠을 쫓아내고 밝은 빛을 비추는 의미라고 한다. 불교에서도 촛불은 중생의 무명을 일깨운다는 의미에서 예불 등 의식을 밝히고 또한 유교에서도 촛불이 빠진 제사는 생각할 수 없다. 또 예술적 의미로 촛불은 자신의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점에서 희생, 진실, 불타는 정념 등의 이미지를 낳으며 다양한 문학적 동기로 사용돼 왔다.

 전대미문의 가족 갑질로 인권이 말살된 기업 종사자들도 얼마 전 촛불집회를 열었다. 늘 그렇듯이 단체가 움직이면 그 파급은 엄청나다. 그들이 그동안 당했던 일가의 부조리와 비인간적인 언행에 대한 분노가 다시 한번 촛불을 통해 발현된다면 촛불은 이제 나약함이 아닌 가장 강력한 힘의 상징이 될 것 같다.

 소리 없는 아우성은 거센 물결이 되고 어떤 행위의 근거가 되고 동기가 된다. 막혔던 수문이 터지고 흘러내리는 거친 물살은 지켜지던 평화와 질서를 무너뜨리지만 결국 썩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곪은 것은 터뜨려야 새 살이 돋고 고여 있는 물은 흘려보내야만 새 물이 샘솟는다. 거기에 염원을 담은 촛불까지 동원 된다면 그 간절함은 더해지리라. 바람 앞의 촛불이란 말은 이제 구시대적인 의미로 남을지 모른다.

 작은 촛불의 힘. 희생과 진실과 염원이 담긴 한 자루 촛불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기원을 하게 만들고 있다. 긍정적인 힘의 발현, 염원의 간절함, 그리고 희생과 봉사의 상징으로 격상하고 있다. 다만 그 한 자루 촛불이 단순한 분노의 불꽃이 아닌, 사랑과 평화의 횃불로 번져가는 소망의 불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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