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3:47 (토)
모든 길은 댓글로 통한다
모든 길은 댓글로 통한다
  • 류한열 논설위원
  • 승인 2018.05.10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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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특검을 받아
지방선거에서 당당하게
승부하는 게 촛불 뒤에
숨지 않는 행위다. 촛불은
다른 거센 바람을 만나면
방향을 틀기 마련이다.
▲ 류한열 논설위원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보면 모든 길은 댓글로 통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댓글 조작 사건 주범인 김동원 필명 ‘드루킹’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 신의 이름에 버금간다. 예전 전쟁에선 영웅이 탄생하고 영웅은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보였다.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런 영웅들이 판을 친다. 사이버 공간이 예전 전쟁터만큼 치열하다. 실제 더 치열할지 모른다. 사이버 공간을 장악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댓글 조작 사건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루킹 측근 ‘초뽀’가 문재인 대통령 온라인 지지자 모임인 ‘달빛기사단’의 회원으로 알려졌다. 매크로 서버를 활용해 댓글을 조작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다. 어떤 여론이든 자신이나 단체, 특정 당을 위해 ‘좋아요’로 쏟아부어 진실을 만든다.

 네이버 등 포탈이 내놓는 뉴스에 길들여진 대중들은 뉴스 자체보다 댓글에 더 눈길을 주는 경우가 많다. 댓글의 힘은 강력하다.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댓글이 무슨 조화를 부리는지 한쪽으로 줄을 서는 경우를 자주 본다. 지금 생각하면 댓글에 강력한 마술을 건 사람이 있었다. 그런 권능을 가진 사람이 드루킹이나 초뽀라는 이름으로 날뛰었다. 대단한 블로거들은 얕은 글솜씨로 대중의 마음을 훔치고 비판력을 뭉그러뜨려 특정 뉴스에 길들게 만들었다. 세상에 둘도 없이 나쁜 사람들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울고 웃는 대중은 검색어가 조작됐다고 한다면 밥맛이 떨어질지 모른다. 틀린 것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틀림과 옳음 사이에서 미아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의 심리상태는 묘한 흐름을 보인다. 어떤 사안을 두고 ‘옳다’고 여기면 행동을 바꾼다. 다음은 생각을 바꾼다. 옳다고 생각을 하다 나중에 행동으로 옮겨 간다. 다음의 심리생태는 사실을 정당화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실로 받아들이고 정당화하는 경우가 잦다. 마지막으로 부정하는 소수가 있다. 믿음을 흔드는 정보를 무시하는 사람은 대단한 강심장을 가진 부류다. 실제 댓글의 덫에 걸리면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고 그 사실을 정당화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일부는 무시를 때리겠지만 말이다.

 드루킹은 지난해 대선 때도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루킹 최측근 초뽀의 USB엔 댓글작업 기사주소(URL) 9만여 건이 들어 있었다. 그 당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댓글작업을 펼쳤다. 여러 논란기사에 드루킹 일당은 조롱과 비난을 담은 댓글을 어김없이 달았다. 반 전 총장에게 치명타를 준 ‘턱받이’나 ‘퇴주잔’엔 드루킹 일당들의 댓글이 주렁주렁 붙었다. 조작된 댓글이 사실을 거스르는 힘을 가지고 온 사이버 공간을 휘젓고 다니다 대중의 마음과 행동을 훔쳤다. 그후 이뤄진 여러 정치행위는 왜곡된 판 위에서 춘 칼춤일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도 털끝이 쭈뼛해진다.

 침묵하는 대중은 결코 우둔하지 않다. 다만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다. 대중은 촛불을 들어야 힘이 되고 변화를 부르는 주체가 된다. 댓글 조작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특검을 하자는 야당과 대선 불복 특검으로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갈 수 없다는 여당이 맞섰다. 촛불이 만든 거대한 불꽃은 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도도한 정의의 물결을 만들었다. 촛불 혁명 위에 섰다는 현 정부가 진정한 촛불 정신을 망각하면 안 된다. 촛불이 모여 한쪽으로만 비추면 촛불이 외려 엄청난 모순을 만들 수도 있다. 반대쪽에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밝혀지는 댓글 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깜짝 놀랄 일이 나올지도 모른다. 여당은 촛불 정신으로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촛불이 하나씩 밝혀지면 주위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듯, 특검을 해야 댓글 조작의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있다.

 정치가 댓글 놀음에 빠진 꼴이다. 댓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야냥이 정치판에 넘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야당이 특검을 신속히 해 6ㆍ13 지방선거에서 득을 보려는 수가 숨어 있다는 걸 아이들도 안다. 여당은 촛불의 온기가 여전하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여당은 특검을 받아 지방선거에서 당당하게 승부하는 게 촛불 뒤에 숨지 않는 행위다. 촛불은 다른 거센 바람을 만나면 방향을 튼다. 그 큰바람이 언제 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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