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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조례 ‘말짱 도루묵’
김해시 조례 ‘말짱 도루묵’
  • 한용 편집국 부국장ㆍ정경부장
  • 승인 2018.05.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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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용편집국 부국장ㆍ정경부장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실망할 때 우리는 ‘말짱 도루묵’이란 관용 표현을 쓴다.

 임진왜란 때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도망갔다. 선조는 피난 시절 ‘묵’이라는 생선을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단다. 기분 좋은 선조가 이르길 “앞으로 이 생선을 ‘은어’라 부르도록 하라”고 했다. 그때부터 ‘묵’은 ‘은어’로 불렸단다. 왜란이 끝났다.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는 ‘은어’를 먹었다. 웬걸, 형편없었다. 피난길에 먹었던 생선의 맛과 크게 차이가 났다. 실망한 선조가 이르길 “이 생선을 ‘도로 묵’이라 부르도록 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도루묵’이 됐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의 통치기반은 ‘경국대전’이다. 이 법전은 짧게는 편찬을 시작한 세조 때부터 30년 만에, 길게는 고려 말부터 약 100년간의 법률제정사업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입맛에 따라 생선 이름을 바꾼 임금님도 법전은 입맛대로 못 바꿨다. 통치기반을 스스로 묵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운영기반은 ‘헌법’과 ‘법률’이다. ‘법률’을 기초로 지방의 사무를 운영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 의회는 법규범을 만든다. ‘조례’다. 그래서 ‘김해시 조례’는 김해시의 사무운영을 위한 기반이 된다. 그런데 김해시는 ‘조례’를 묵살하고 있다. 21세기 우리의 눈앞에서 버젓이 ‘조례묵살’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참담한 노릇이다. 실제 ‘김해시립 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가 ‘도루묵’이 됐다. 이 조례의 훈령인 ‘김해시립 예술단 단원 복무규정’도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말짱 도루묵’이 된 것이다.

 김해시는 최근 설립한 김해시립합창단 노동조합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교섭의 주요쟁점은 단원들의 안정된 직업보장이다. 또 노조 측은 합창단원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누락 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본적인 노동권보장을 위해 투쟁을 펼치는 김해시립합창단 노동조합의 주창을 필자는 적극 찬동한다. 문제는 김해시의 대응 자세다. 노동조합은 해촉 단원의 재위촉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위촉 제안은 김해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해당 단원을 해촉할 때 김해시는 조례와 규정에 근거를 두고 실행했다. 해촉 단원은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노위는 기각했다. 김해시의 손을 들었다. 해당 단원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김해시는 중노위의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김해시는 화해조서를 작성했다. 해촉결정을 무효화하고 재위촉을 한다는 취지다. 화해조서는 지노위에 제출됐다. 중노위에도 이를 보낸다는 방침이다.

 자가당착에 빠진 김해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재위촉 명분을 찾아야 했다. 이를 위해 김해시는 재실기평가(오디션)를 벌인다는 묘수(?)를 내놨다. 또 실기평가 심사위원의 일정 비율을 평정 당사자가 위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안도 고안해 냈다. 약자를 위한 배려라고 했다. 결여된 소명이다.

 일단 김해시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무시하는 우를 범했다. 시는 해촉결정 무효를 인정하는 화해조서를 작성하는 순간 해당 조례와 훈령 예규를 위반했다. 재위촉 방법을 내놓는 순간 관련규정 위반을 모의한 처사가 됐다. 조례에는 단원의 해촉에 대한 조항이 있으며 규정은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또 심사위원 위촉에 대해서도 상세히 정해 놓고 있다. 시는 이를 철저히 묵살하는 ‘범법’을 자행하고야 만 것이다. 나아가 김해시가 재위촉을 하려는 당사자 중 2명은 문제의 해촉과 관련, 허위사실을 언론에 제보하며 물의를 빚었다. 이들은 피소됐으며 경찰은 이들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이들의 행위는 관련 조례 규정에 따라 해촉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김해시가 이처럼 해촉 단원 재위촉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이면에는 담당 공무원의 피치 못할 범법 행위가 성립되기 때문인 것으로 필자는 파악하고 있다. 노조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혐의를 붙잡고 김해시를 노동부에 고발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작성’은 강행규정이다. 이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처벌된다. 노조에 약점 잡힌 김해시는 ‘알아서 기는 꼴’이 됐다. 범법 행위를 다른 범법 행위로 덮으려는 악수를 선택했다. ‘말짱 도루묵’이 되는 길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김해시에 이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라. 정면 돌파하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말짱 도루묵’이 되지 말라는 말이다.

 노조에 이른다. 상대의 약점을 테이블에 올려놓지 말라. 비겁하다. 노조원이 범죄행위가 있다면 이를 비호하지 말라. 정당성이 훼손된다. 조합 활동의 원칙을 지켜라. 정정하게 요구하고 당당하게 교섭하라. 건강한 노동조합을 위해 일어서라. ‘말짱 도루묵’이 돼선 아니 되기에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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