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0:01 (금)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과 판문점 선언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과 판문점 선언
  • 류한열 논설위원
  • 승인 2018.05.03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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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에
기나긴 마르크스 잔영이
걷어질지 세계인의
관심이 크다. 체제가
보장되면 완전한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 류한열 논설위원

  5일 어린이날은 카를 마르크스(1818~1883) 탄생 200주년 기념일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사상가과 어린이날은 아무 상관 없지만 여전히 마르크스는 오늘날에도 그 입김이 살아 있는 사상가다. 사유재산을 폐지하고 생산수단을 국유화하는 마르크스주의는 경제 쪽에서 힘을 다했어도 그 생명력은 아직까지 꿈틀대고 있다. 특히 마르크스주의가 퇴색해도 자본주의 위기를 들먹일 때 마르크스주의는 힘을 얻는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의 벽은 여전히 두텁기 때문에 마르크스 사상은 여전히 매력을 발산한다. 빈부 격차로 소외 계층은 허덕거리고 기득권층은 갑질로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마르크스 망령은 떠나지 않는다. 불평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영원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과 혁명론에 영향을 입어 공산주의 혁명은 1917년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이후 20세기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는 이데올로기시대였다. 마르크스주의는 20세기 냉전을 주도하는 주요 사상이다. 냉전의 무대가 된 한반도에선 끔찍한 전쟁이 일어났다. 전 세계에 마르크스ㆍ레닌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는 지금 별로 없다. 중국ㆍ베트남ㆍ쿠바ㆍ라오스만 헌법에 철 지난 마르크스주의를 끼워놓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를 부르는 게 시대착오로 보이고, 한물 간 사상을 붙드는 멍청한 짓으로 보여도 시대마다 사람들 앞에 떡 버티고 선다. 시대는 사상을 친구 삼아 바뀌어가도 사람이 옛 친구를 부르듯 시대는 옛 사상을 끄집어낸다.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에 기나긴 마르크스 잔영이 걷어질지 세계인의 관심이 크다. 체제가 보장되면 완전한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원론적 발언이라 앞으로 구체적인 비핵화 과정이 순탄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은 의심보다는 의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판문점 선언를 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주사파 숨은 합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주사파는 암울했던 정치 상황에서 주체사상을 신봉했다. 1980년까지 군사독재가 힘을 쓰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빛은 흐릿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후 잠시 서울의 봄을 맞이하는 틈에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학생과 노동자 들이 주사파에 빠졌다. 주사파는 북한의 이념과 맥을 같이하면서 민주주의보다는 사회주의에 더 매력을 느낀 건 당연하다. 민주주의가 유명무실할 때 지식인과 노동자가 주사파 신념을 따르는 건 사상의 돌파구를 찾는 행위다. 요즘에도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필요하면 무덤에 잠자는 마르크스를 깨우지 않는가. 주사파가 시대에 따라 자신의 사상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목을 치켜세우듯이.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전쟁이 나고 많은 목숨이 스러졌다. 자본주의를 내세운 미국과 서방 진영과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소련은 6ㆍ25전쟁과 쿠바위기 베트남전쟁에서 맞섰다. 사상이 대립하면서 생명의 희생은 엄청났다. 사상은 허상인듯 하면서 실체다. 남북한이 판문점 선언 이후 화해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웬만하면 무엇이든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여기에 빛바랜 사상이라도 덧대는 건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판문점 선언의 밑바닥에는 사상의 대립각이 있다. 야당 대표가 ‘주사파 숨은 합의’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 당 내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말이 무성했다. 그렇다고 홍 대표가 철부지가 아닌 바에야 없는 주사파를 들먹일 리 없다. 실체는 있지만 흐릿한 실체일 뿐이다. 그렇지만 제 힘이 필요할 땐 확실한 실체를 드러낸다.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의 내부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의 종착역에 섰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여전히 마르크스주의가 득세할 수 있다는 믿음도 곳곳에 널려있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북한의 변화가 마르크스주의 조종(弔鐘)을 확실하게 울릴지 세계인이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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