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리그
  • 이주옥
  • 승인 2018.05.0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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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대한민국 부자들만 산다는 아파트 로비에 자녀 매칭 프로젝트 공지가 붙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자녀들의 안심형 짝을 찾아주고 싶은 부모들의 지극한 사랑의 공표인 것 같다. 그것도 아파트 부녀회 주최였다니 분명 공식적인 행사임이 분명하다.

 혼인은 인륜지 대사임에 틀림없고 사랑하는 내 자식의 장래가 걸려있는데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자세는 나무랄 데 없다. 무엇보다 비혼이나 저출산이 걱정되는 시대에 이런 적극적인 자세는 국가적으로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켠에 도사리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 즉 ‘끼리끼리 어울리자’ 라는 옵션이 슬그머니 보이기 때문이다.

 사는 동네와 아파트는 이 시대의 또 다른 계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지닌 부와 능력을 1차적으로 볼 수 있는 조감도와 같다고나 할까. 그러니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의 혼사는 우선은 믿고 보는 보증수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혼인은 끼리끼리라는, 일종의 계급상징으로 변질된 이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그러니 자녀 혼처를 자신이 사는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찾는 것이 참으로 우습고도 슬픈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결혼은 하나의 영혼과 영혼이 맺어지는 일이다. 나이 찬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기본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한 집안과 집안이 맺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하루 이틀 사는 것도 아니고 50~60년 이어지는 가족이 되는 것이기에 단순하고 간단하게 자녀들의 감정만 가지고 선뜻 추진할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결혼을 비즈니스라고 표현하기까지 하겠는가. 그러니 프로젝트라고 할만도 하다.

 내 자식이 살아가면서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고통당하지 않게 하려는 것은 부모들이라면 본능이다. 저울에 달아 어느 쪽으로도 기울거나 손해 보지 않는 안성맞춤인 짝을 찾아 주는 것도 부모의 의무 중 하나라고 말들을 한다. 나 또한 혼기에 찬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으로서 백번 이해되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삶이 어디 계획하고 기획하는 대로 흘러가는 일이던가 말이다. 특히나 결혼은 어느 누구도 관여하거나 대신해 줄 수 없는, 순전히 성인 남녀가 구상하고 끌어가는 영역이기에 일련의 현실 앞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동질혼. 비슷한 환경과 조건을 갖춘 사람끼리 하는 결혼을 뜻한다. 끼리끼리 만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줌으로써 사회적 물리적 안에 있는 안전성을 유지해 주는 것이다. 배우자 간 사회적 경제적 격차 변화와 저출산 대응방안에 동질혼은 지난 2015년 이후 거의 80%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경직성을 단편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이다. 또한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에 심기가 불편하다. 또한 분석과정에서 나타난 계층이탈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이 시대의 계층실상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시절은 역행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장 주관적인 시선과 잣대가 필요한 결혼마저도 부모가 재단하는 대로 살아가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과연 제 몫의 인생이란 있긴 할까.

 세상은 섞이고 나뉨으로써 재분배된다고 생각한다. 결혼으로 인해 집안이 섞이고 개인들이 합해져서 또 다른 평등한 사회와 문화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결혼이란 적당한 짝으로 시작되지만 이어짐은 다분히 개인의 운명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마련해 준 융단을 바탕에 깔고 평생을 꽃길만 가면 좋겠지만 삶에 닥치는 이러저러한 고통까지 온전히 부모가 책임을 져 줄 수는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철저하게 독립해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 결혼생활인만큼,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치열하게 살아 갈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한 세상 제 몫으로 사는 온전한 독립체가 돼야 하지 않을까. 끼리끼리 만나서 늘 그 패턴대로 살아가는 삶에 어떤 의미와 발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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