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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경남, 도민이 나서야 할 때다
추락하는 경남, 도민이 나서야 할 때다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29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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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이 변방이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가 핫바지로 보지 않는다면, 국책사업 등에서 타 지자체와 비교, 따돌림을 당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당한 수모를 도민들이 나서 되찾아야 한다. 그 기회가 6ㆍ13지방선거다.

 핫바지의 사전적 의미는 솜을 두어 지은 바지, 시골 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과는 달리 경상도 문둥이, 강원도 감자바위, 서울 뺀질이, 인천 짠물 등 특정 지역을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반 골로 일컫기도 한 충청도는 더 이상 핫바지가 아니다. 솜으로 지은 바지와 다를 바 없이 따스함이 넘친다.

 수도권과 영호남에 치여 이도 저도 아닌 때와는 달리 지역감정의 틈새에서 정치역량을 펼쳤고 행정 수도로, 또 경제적으로는 서울, 경기에 이어 충남이 GRDP 3위로 경남을 제친 지 오래다. 또 충북은 전국에서 신장세가 가장 높다. 이는 수도권 규제가 충청권만 배불린 수혜 혜택에도 영호남은 골이 패인 지역감정에 빠져 ‘수도권 규제강화’만 외친 결과 수도권 규제는 특정 지역만 살찌웠다. 이후 정권 부침에 따라 영호남은 각종 국책사업을 놓고 핫바지 론을 펼치며 정치적으로 뭉치자고 외쳤지만, 정치권이 똘똘 뭉친 호남과 달리 핫바지를 벗지 못한 곳은 영남 중에서도 경남이 유일하다.

 전두환,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한 경남이지만 정치고향인 부산과 대구에 치우쳤기 때문인지, 기대와는 달리, 경남은 찬밥 신세였다. 이젠 도민이 나서 경남 몫을 찾아야 하고, 지켜내야 한다.

 첫째가 로스쿨 추가지정이다.

 참여정부 때 추진된 로스쿨의 경남지역 대학배제는 ‘경남 핫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제주, 강원도는 물론, 전북은 2개 대학 지정 등 전국 16개 광역단체 중 경남만 제외시킨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 때문에 여야는 로스쿨 추가지정으로 경남도민의 자존심을 되찾아 줘야 한다. 또 지난 1966년 착공한 남부내륙철도는 선거용일 뿐 한 뼘도 진척이 없다. 반세기가 넘도록 장난질 치는 모멸감도 없지 않지만 지난 대선 때 공약인 만큼, 벼랑 끝에 몰린 경남경제 견인을 위해서는 건설이 필수다.

 유명무실한 경제자유구역도 문제다. 부산진해 및 광양만권 구역청의 경우, 외국자본 등 투자는 부산과 광양에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 두 지역은 불야성을 이루는 반면 진해ㆍ하동은 아직도 밤이면 암흑천지다. 지역균형발전을 꾀한다는 특화(주력) 산업에도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갖춘 새로운 산업이 추가돼야 한다. 경남을 제외한 지역들은 정책적, 정치적 결정으로 성장가능성이 큰 산업위주로 편성됐지만, 경남은 기존 항공 및 기계 산업 외는 뚜렷함이 없다. 이에 비해 부산은 지능형기계부품, 초정밀융합부품, 디지털콘텐츠, 대구는 스마트지식서비스, 스마트분산형에너지, 소재기반바이오헬스, 경북은 디지털기기부품, 모바일융합, 기능성바이오소재, 전남은 에너지설비, 석유화학기반고분자소재 등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경남의 주력산업인 조선, 기계, 철강,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의 장기불황이 추락원인이겠지만, 전국 시ㆍ도 가운데 경남만 배제된 로스쿨, 첨단의료복합단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및 연구개발 특구 제외 등 각종 정책과 국책사업에서 배제되면서도 변방의 목소리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 성장 동력은커녕, 항공우주, 나노융합, 산단 구조고도화 등 고착화된 틀에 안주하고 김해의 교통망 광역화 요구에도 문 닫은 창원시, 사천과 고성의 삼천포 화전 매립지관할문제, 남해 하동군의 교량명칭 문제 등 기초단체의 티격태격도 경남발전 저해요인이다.

 이 때문에 경남도민이 나서야 한다. 정부는 물론, 경남 이익에 우선하지 않고 일신만 챙기거나 실현 불가능한 정책으로 현혹케 하고 정쟁을 부추기는 등 경남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정치인은 살아남을 수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노자는 ‘과거 교훈을 붙잡아 오늘의 현실을 새롭게 하라(執故之道 以御今之有)’고 했다. 때를 놓치면 아쉬움도 후회도 소용이 없다. 도민이 나서 ‘변방, 경남의 흑역사’를 확 바꿔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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