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7:29 (토)
71년 만에 확인된 운석 발견지 방치
71년 만에 확인된 운석 발견지 방치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8.04.25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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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으로 덮여 사라진 진주 대곡면 단목리 운석 1호 발견지. 최초 발견자 강원기 씨가 손으로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도ㆍ진주시에 건의 묵살

“정비사업 설계변경 어려워”

 4년 전 전국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진주시 운석 발견지 일부가 사라지고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25일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 1호 운석(9.36㎏) 발견지에 남은 운석 구덩이가 높은 50㎝가량 흙으로 덮여 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운석 발견지가 훼손된 이유는 운석이 떨어진 1년 뒤 경남도가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운석 발견지 바로 옆 향양천을 확장공사 터로 편입한 탓이며, 현재 이곳은 진주시가 당시 구덩이를 보호하려고 만든 작은 플라스틱 덮개만 놓여 있다.

 운석 덮개에는 ‘이곳은 진주 운석지 첫 번째 발견된 곳입니다. 소중한 유산적 자료이므로 보존에 협조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1호 운석을 자신의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발견한 강원기 씨(61)는 “운석이 발견된 후 경남도와 진주시에 운석 발견지 보호를 건의했지만, 이미 국가하천 정비사업으로 결정됐다며 아무런 의미 없이 허무하게 묻혔다”고 말했다.

 강씨에 따르면 당시 설계변경을 해서라도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운석 첫 발견지를 관광지, 교육장으로 조성하는 등 보호해 달라고 했지만 허사였고, 국가하천 정비사업을 맡은 경남도는 강씨에게 운석이 떨어지기 전 정비사업 계획을 세웠고 설계변경이 어려워 그냥 예정대로 공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경남도와 진주시는 아무런 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해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강씨는 여태 흙으로 덮여 사라진 운석 발견지가 안타까워 공터로 남겨 놓고 안내판 덮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70여 년 만에 낙하 위치가 확인된 운석 발견지를 보는 수준이 이 정도”라며 “운석 발견지 위에 다시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파프리카 농사를 짓겠다”라고 말했다.

 진주 1호 운석 외 인근 진주 시내에서 추가로 확인된 운석 발견지도 아무런 보호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긴 마찬가지다.

 2호 운석(4.1㎏)의 경우 그해 3월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중촌마을 밭에서, 3호 운석(420g)은 3월 16일 미천면 오방리 밭에서 각각 발견됐으며, 진주에서 발견한 운석 중 가장 큰 4호(20.9㎏)는 3월 17일 집현면 덕오리 항양로 입구에서 확인됐다.

 2∼4호 운석 발견지에는 발견 당시 진주시가 설치한 플라스틱 덮개가 현재 낡고 빛바랜 채 방치돼 있다.

 강씨 등 운석 소유자들은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외면 받는 운석과 발견지 가치를 살려보려고 사비를 들여 가칭 ‘운석박물관’ 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인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 성두리 야산에서 처음 운석 낙하지점이 확인됐으며, 진주 운석은 그 이후 71년 만에 낙하지점을 확인한 사례다.

 진주 운석은 지난 2014년 3월 10일 움푹 팼던 구덩이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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