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다 더 차가운 세례
물보다 더 차가운 세례
  • 이주옥
  • 승인 2018.04.24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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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들에게 이 세상은 그저 만만하기만 할까. 대한민국 로열 패밀리들의 거슬리는 언행을 심심찮게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다. 그들로 인해 그들의 부모의 입장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일이 되고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누리는 엄청난 특혜와 대우는 언제나 민감하다. 그들이 누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주는 자유와 권리인지 모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일개 소시민들에게 패배의식마저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기업은 대부분 대물림으로 이어간다. 자녀는 물론이거니와 형제들이 적당히 한자리를 꿰차고 운영하면서 그 안에서 크고 작은 분쟁을 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돈으로 인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대접을 받고 웬만한 것은 그 돈의 힘으로 누리고 사는 그들은 때때로 폭력, 마약, 탈루, 탈세 등 각양각색의 문제들로 지탄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무마하고 해결하면서 굳건하게 유지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한다.

 땅콩 하나로 비행기를 회항시킨 언니에 이어, 이젠 관련업체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물컵을 던지는 동생의 갑질로, 자매는 물론 그녀들의 부모, 더 나아가 그들의 기업까지 국민들의 원성을 사며 비난의 폭탄을 맞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이 아직 우리 기억 속에 선명한 데 말이다. 더욱이 어이없는 일은, 그런 상황에서도 그 업체는 그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갑질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국민 모두가 평등하고 신성한 노동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민주 국가에서 여전히 신분제가 굳건하게 존재하고 있었음을 확인한 일이었다. 단순한 고용주와 고용인이라는 수평적 관계보다는 갑과 을로 나뉜, 이 시대에 존재하는 또 다른 계급주의의 씁쓸한 뒷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든 웅크리고 고여 있던 것들은 한번 물꼬가 트이면 걷잡을 수 없는 형태로 쏟아진다. 땅콩사건 이후 연달아 터져 나오는 수많은 갑질의 행태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여러 번 가슴을 쓸어내리고 서글픔을 느껴야 했는가. 하지만 여전히 똬리 틀고 있던 갑질이 또 우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부모라 해도 자식들 언행까지 어떻게 일일이 체크 하겠는가 싶어 이해하려고 해도 그들의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언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만다. 이번에도 자식들의 과오로 인해 그들 부모의 인성까지 드러나며 매도되고 있다. 빼도 박도 못 할 명백한 사실에 부모는 무릎이라도 꿇어야 될 일인지 모른다. 드러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도덕성이나 품성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보여주는 몇 가지 사건 사고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성이 평가되고 사회성이나 도덕성을 심판받게 된다. 어쩌면 그들이 누리는 특별함에 대한 냉혹한 대가인지도 모른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다분히 나 자신도 더불어 성장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불어넣는 기와 생각과 본성이 결국 자식의 인성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 또한 시시때때로 부닥치는 자식의 일에서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을 둘러보게 되고 자식에게 투영된 내 모습을 보게 되는 일이 다반사 아니던가.

 어떤 행위는, 저지르는 입장과는 무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각도에 따라 비난이 되기도 하고 찬사가 되기도 한다. 또한 씻을 수 없는 치부가 되기도 하고 미담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는 그것들은 오래 기록되고 보존된다. 여하한 노력으로 단시간에 희석하고 상쇄하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기업. 곧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단순한 개인적 행보가 아니다. 금수저 가족이라고 사람을 멸시하고 가볍게 여길 자격까지는 없다. 많은 것을 소유한 자에게는 마음의 겸양이 가장 최선의 미덕이다. 가진 자들의 언행이 누군가의 인권을 건드리는 횡포가 돼서는 안 된다. 고성을 지르고 물을 끼얹으며 쫓아내는 비인간적인 행위야 말로 물리적인 폭력과 동시에 정신적인 폭력이다. 이제 그들이 받을 것은 물보다 더 차가운 비난 세례밖에 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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