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7:34 (토)
지방의원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
지방의원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
  • 류한열 논설위원
  • 승인 2018.04.19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의회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지방의회가 건강해야
한다. 지금 각 당 공관위에서
제대로 인물을 공천해야
건강한 지방치가
자리를 잡는다.
▲ 류한열 논설위원

  지방선거에서 화려한 변신을 꿈꾸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은 공천 신청자의 서류심사와 면접을 벌여 공천자를 확정하고 있다. 공천에서 단수 후보로 추천된 사람은 본선에서 상대 후보와 제대로 붙겠다며 벌써 의욕을 다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공천에서 쓴잔을 마신 사람은 상실감이 크다. 지금까지 사무실을 열고 준비한 시간을 따지면 본전 생각도 나고 당내 경선에조차 끼지 못했다는 자괴감까지 덮어쓴다. 특히 시ㆍ군의회에 진출해서 지역 일꾼으로 데뷔하려던 공천 신청자는 예선전에서 날아간 꿈을 보고 허물어가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한다.

 지방자치제도는 더없이 좋은 제도다. 우리 동네의 일을 제 손금 보듯 하는 사람이 일을 하면 동네 살림이 잘 돌아갈 수밖에 없다. 창원시만 해도 살림 규모가 상당하다. 이 큰 살림을 시 집행부에 맡겨두고 감시하지 않으면 살림이 거덜날지 모른다. 지방의원은 예리한 눈으로 감시해야 살림은 잘 돌아간다. 전국 시ㆍ군ㆍ구 등 기초자치단체는 234곳이다. 이를 감독하고 견제하는 기초자치단체 의원은 2천898명이다. 평균 연봉을 대략 5천만 원으로 계산하면 기초의원에 들어가는 급여는 1천400여억 원이 된다. 인건비만 이만큼 쏟아붓고 각 시ㆍ군ㆍ구의회가 돌아가는데 ‘가성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무보수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출발한 기초의원들이 지금은 정기급여를 받는다. 지방의회 의장은 수행비서와 운전사, 차량을 지원받는다.

 지방의원들은 예산편성과 집행에 대한 전문성이 별로 없다. 지방 행정부의 집행에 대한 감사는 행안부나 감사원 전문인력이 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회 의원은 전문성이 필요한 일에 겉돌면서 제대로 급여 값을 못한다. 지역 주민들은 4년마다 지방의회 일꾼을 뽑는 일이 즐거운 일이 아닌 고역이 된다면 이 또한 낭패다.

 현재 지방의원이 되려는 참신한 일꾼들이 많다. 하지만 문턱이 만만찮다. 지방 정치신인은 제대로 이름을 알릴 수 없을 뿐더러 벌써 이름을 알려 지방토착 세력으로 자리 잡은 현역의원을 넘을 수 없다. 각 경남도당 공식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제대로 인물을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서류 심사와 짧은 시간 면접으로 단수나 복수 공천자를 뽑는 게 그렇게 믿을 만하지 못하다.

 최근 금융감독원 역사상 최단 기간에 사퇴한 김기식 전 원장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이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선 국회의원 해외 출장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서명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그만큼 공감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외유성 해외연수는 국회의원이 즐기는 메뉴지만 지방의원들도 좋아한다. 지방의원은 세금으로 매년 국외연수를 떠난다. 국외연수는 선진국의 지방자치ㆍ자치행정 현장과 지역경제 벤치마킹을 내세우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관광이 주류다. 연수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베끼는 게 예사다. 다른 의원의 보고서를 보란듯이 표절해 올리는 경우도 많다. 지방의원들이 해외 견학을 하면서 안목을 넓히겠다고 해놓고 놀고만 온다. 그래 놓고 짜깁기 보고서를 내고 어떤 지방의원은 아예 보고서조차 내지 않는다. 지방의회마다 차이가 나지만 지방의원 한 명은 연간 최대 250만 원 정도 여비를 세금에서 쓴다.

 최근 사천시 의원이 2016년 말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온갖 잡음이 나왔는데 최근 보고서를 냈다 그게 말썽이다. 보고서를 보면 온라인에 떠도는 해외여행지 정보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베껴 썼다. 해외 연수의 목적인 싱가포르 창이공항 MRO복합단지 시찰을 계획했으나 현지 사정으로 할 수 없었다. 이 의원은 연수 성과물을 시민들에게 당당하게 알리겠다고 해놓고 빈껍데기만 내놓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았는데 무슨 해외 연수가 제대로 됐겠는가. 한 시민이 정보공개를 요청해 이 의원의 부실한 의정활동이 드러났다. 이런 지방의원이 다시 지역일꾼이 되겠다고 공천 신청을 했다. 지방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인물을 잘 가려내야 하는데 공관위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주민 혈세로 관광지를 누빈 지방의원들이 다시 지방의원이 되겠다고 고개를 쳐드는 모양새는 가증스럽다. 혈세를 제 돈처럼 쓴 지방의원도 문제지만 지방 살림을 견제하는 일을 뒷전에 미루고 제 몸보신만 의원도 걸려져야 한다. 지방의회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지방의회가 건강해야 한다. 지금 각 당 공관위에서 제대로 인물을 공천해야 건강한 지방정치가 자리를 잡는다. 어깨 펴고 군림만 하는 지방의원을 우리 마을에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