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3:28 (토)
인지함정과 6ㆍ13 지방선거
인지함정과 6ㆍ13 지방선거
  • 류한열 논설실장
  • 승인 2018.04.16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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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논설실장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빅 데이터 시대를 실감하고 있다. 하루에 쏟아지는 정보를 센다는 건 불가능하다. 하루 정보량은 수십 엑사바이트(EB)를 넘는다. 1 EB는 10의 18승(乘) 바이트인데 그 양을 가늠하기는 힘들다. 감(感)이 오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인류가 2000년 전까지 쏟아낸 정보량을 하루 만에 쏟아낸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SNS가 폭발적으로 활성화하고 사물 인터넷(IoT)이 붕붕 뜨면서 정보량은 하늘을 치솟는다. 모든 정보를 쥐면 사람은 신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착각까지 한다. 하지만 사람은 작은 실수 하나로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미스테이크(Mistake)’는 부정확한 데이터로 인한 단순한 실수라면 ‘브런들(Blunder)’은 심각한 실수를 의미한다. 사람은 큰 실수를 범할 때 인지함정(cognition trap)에 빠지는 경우가 잦다. 인지함정은 경직된 사고로 인해 성공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 논리는 자카리 쇼어가 쓴 ‘생각의 함정(Blunder)’에 들어있다. 인지함정에 빠진 예를 그는 토머스 에디슨에서 찾았다. 에디슨은 서른다섯 살 때 인생의 절정기를 맞아 요즘 말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천재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자기가 발명한 직류 전기 시스템이 당시 필요한 전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천부적인 재능과 풍부한 창의력을 뽐내면서도 에디슨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말년이 아름답지 못했다.

 자칼이자카리 쇼어는 인지 함정이 만든 최악의 결과를 이라크 전쟁에서 찾았다.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그 당시 공공의 적이던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미 테러리스트 조직과 협력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이라크를 실제 이상으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인 나라로 봤다. 이런 사고의 경직이 이라크 전쟁을 낳았다.

 6ㆍ13 지방선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어느 선거보다 재미가 없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독주하는 경기에서 보수까지 여러 갈래로 갈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를 두 달 남겨두고 변수가 뜨고 있다. ‘댓글 조작’이 벌써 만만찮은 기세를 보인다보이고 있다.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아마도 이 댓글 사건이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해 대통령 선거까지 삼킬지도 모른다.

 앞으로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은 댓글 조작의 진실 여부는 놔두고 한쪽은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돌리고 다른 쪽은 방어하기에 열을 올릴 게 뻔하다. 댓글 국면을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리기는 힘들다. 싱거운 선거가 더 재밌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 여러 ‘인지함정’이 난무하면서 선거는 거짓의 소용돌이에 빠져 판단을 흐리게 한다.

 ‘생각의 함정’의 부제는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하는가’다. 우리가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다른 요소가 분명 작용한다. 우리 동네 일꾼을 뽑는데 벌써 ‘생각의 함정’이 똬리를 틀고 있다. 각 당이나 언론이 만드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 바르게 표를 던질 수 있을지 벌써 우려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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