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7:25 (토)
소강절 선생과 주역
소강절 선생과 주역
  • 이광수 소설가
  • 승인 2018.04.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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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소강절은 북송(北宋)의 성리학자로서 주역 상수학(象數學)의 비조이다. 자는 요부 자호는 백원(百원)시호는 강절(康節)로 안락(安樂)선생이라 불렀다. 청년시절 천하를 주유하다가 북해의 이지재(李之才)에게서 도서선천 상수학을 전수받았다. 역(易)에 정통했으며 주나라 문왕이 지은 역을 후천역(後天易), 복희씨가 지은 역을 선천역(先天易)이라 해 선천괘위도를 작성했다. 주역(周易)은 상(象)과 수(數)로 귀결되며 상수학으로 우주가 발생하고 자연이 형성된다고 했다. 우주만물의 발생 순서를 상수에 의해 연역(演繹)하는 원리를 선천학이라고 했다. 소강절 선생은 주역을 상수학으로 사람의 일생을 우주만물의 원리와 연계시켜 추리한 주역점의 최고 권위자였다. 물론 공자가 십익(十翼)에서 주역 64괘의 괘사(卦辭)와 384효의 효사(爻辭)를 계사전에 해석해 놓았지만 너무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이라 주역 입문자들이 구체적 명제에 대한 점단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소강절 선생은 이를 상수이치로 풀어서 차원 높게 해석함으로써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인간사를 점단했다.

 매화역수(梅花易數)는 소강절 선생이 이른 봄날 매화꽃을 관상하던 중 새가 싸우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날 연월일시의 수를 계산해 괘를 얻었다. 다음날 저녁 이웃집 처녀가 꽃을 꺾으려 매화나무에 올랐다가 다리를 다치게 된 것을 점으로 예단함으로써 관매수(觀梅數) 또는 매화역수(梅花易數)라고 불러지게 됐다고 한다. 매화역수는 삼라만상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일의 추세와 결과를 주역해석의 도구인 상수로 논리적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물리학에 가까운 과학적 실천이론이다. 매화역수의 점단은 선천수 작괘법으로 연월일시로 작괘한 것을 주역의 괘사와 효사를 인용하지 않고 괘상으로만 판단한다. 예를 들면 날씨 점의 경우 바람이 부는 방향과 그 주변 천기상황을 판단해 작괘해 기상상태를 점단한다. 매화역수 작괘는 본괘(본래)와 호괘(내호괘 외호괘:중간과정), 변괘(결과)로 나눈다. 본괘가 변한 호괘 변괘의 상황에 따라 체(?)와 용(用)으로 구분해 상괘가 변하면 상괘 소성괘가 용괘가 되고 하괘 소성괘가 변하면 하괘가 용괘가 된다. 그런 후 체괘와 용괘 간의 생극제화를 분석해 문점한 내용의 과정과 결과를 점단한다. 이는 사주풀이에서 일간과 연월일시주와의 생극제화 관계를 십신으로 통변해 체와 용의 왕쇠를 점단하는 방법과 흡사하다. 체괘와 용괘의 오행이 비화(같음)하거나, 용괘가 체괘를 생하거나 체괘가 용괘를 극하면 길조이다. 물론 그 반대이면 흉조이며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점단한다. 물론 이때 본괘의 비중이 60%라면 변괘(일의 결과), 호괘(일의 과정) 순으로 비중이 낮아진다. 이러한 연월일시 점단에는 관매점, 관목점, 매향점, 옥택지점결이 있으며, 그 밖에 문성점(물체나 짐승 사람 소리의 수로 점단), 신수점, 관자점(글자의 수로 점단)이 있는데 이는 모두 선천수 작괘법에 의해서 점단하는 점술이다.(구체적 설명은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후천수 작괘법은 먼저 괘를 얻고 후에 수를 일으키는 작괘법으로 선천수 작괘법과는 달리 주역의 효사(爻辭)와 괘의 생극제화를 병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먼저 움직이는 물건으로 괘를 일으켜 인품으로 작괘하는 관로점, 관소점, 관우점, 닭울음점, 마른 꽃잎이 떨어지는 점 등이 있다. 또한 물건을 살필 때 주역의 효사를 이용한 관물용역례(觀物用易例)로 바구니 속 물건을 알아내고, 종으로 물건을 덮어놓고 알아내는 등 그 술수가 무궁무진하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물체나 동식물의 이동방위를 보고 그 때의 상황을 관찰해 장차 일어날 일을 점단할 수 있을 만큼 주역점의 신기를 이룬 사람이 소강절 선생이었다고 전한다.

 소옹은 주역에 대한 해석의 범위를 확대해 매화역수에 이어 도서상수학파(圖書象數學波)의 조종으로 불린 송나라 역학사 진희이 선생이 지은 하락이수(河洛理數: 하도낙서의 수)를 전수 받아 주석했다. 그는 주역의 모체가 되는 하도와 낙수의 수로서 사주팔자를 도식화해 괘(掛)를 만들고 해석했다. 필자가 얼마 전 매화역수를 끝내고 하락이수를 통독하면서 느낀 점은 상수계산의 치밀함과 주역 64괘 상의(象意)와 384효사(爻辭)를 64변해서 4,096효사까지 확대해석해 적용한 운명정단의 명징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평생선후천운과 연운, 월운, 일운, 시운까지 수리로써 질서정연하게 풀이해 놓은 것을 보고 수천 년 전에 어떻게 수리학적으로 인간사를 이렇게 정밀하게 점단했는지 선현의 혜안과 예지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이제 비로소 주역에 입문한 천학비재한 백면서생으로서 소강절 선생의 매화역수와 하락이수의 진수를 편린이지만 뒤늦게 라도 접해 주역세계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소옹의 역작인 황극경세(皇極經世)와 중국항실 비전인 초씨역림(焦氏易林)을 접하게 돼도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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