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1:31 (금)
민주주의 척도는 선거제도에서 나온다
민주주의 척도는 선거제도에서 나온다
  • 황성만
  • 승인 2018.04.08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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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만 김해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선거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척도다. 누가 당선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상태의 선거(투표)제도라면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정권(대표자)을 바꾸는 방법은 사실상 선거제도밖에 없다. 그러나 사반세기 전 만해도 우리나라의 선거는 폭력과 금품이 난무했다. 민주주의의 꿈은 요원한 듯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선거문화의 발전은 획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발전하는 선거관련법에다 이를 실천하고 이행하려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의지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선관위에서 근무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지방행정공무원에서 선관위로 보임이 변경된 때, 당시만 해도 선관위가 관리하는 선거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전국동시 지방선거밖에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대통령선거에다 국회의원, 지방선거, 주민소환투표, 교육감, 농ㆍ수ㆍ축협조합장, 국립대학교 총장은 물론 농협중앙회장 등 위탁 선거에다 심지어 아파트 입주자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까지 선관위에서 맡아서 관리하는 선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아졌다. 솔직히 일이 그리 많지 않던 옛날이 그립다.

 선거제도가 진화하면서 선거운동방법도 많이 변했다.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선거일을 포함해 상시 가능하다. 다양한 창구로 소통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또한 사전투표 기간에는 전국통합선거인명부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사전투표소를 방문해 투표를 할 수 있다. 아파트 선거의 경우에는 K-Voting 시스템을 이용해 본인의 휴대폰으로 투표소에 가지 않고도 자택이나 사무실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듯 IT기술의 발달에 따라 선거환경이 너무나 놀랍도록 달라졌다. 물론 우리 국민들의 민주시민의식도 상당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금품선거다. 물론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이 사라졌으나 여전히 금품선거가 존재하고 있으니 고민해볼 일이다. 최근 우리 경남지역에서 특정 후보자를 위해 대규모 산행을 다녀온 사안이 적발됐다. 당사자에게는 작게는 32만 원에서 150만 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수억 원에 상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전망이다. 이 같은 비근한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정작 당사자들은 죄의식이 없다.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푸념뿐이다. 금품선거는 망국의 지름길이다. 민주주의를 꽃피우지 못하면 그 나라는 죽은 나라와 다를 바 없다. 주권이 국민에게 없는 나라, 그런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물을 주고, 밥을 사주고, 관광을 보내주면 결과는 뻔하다. 선거는 치르나 마나다. 금품이나 선물 등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90% 이상이 이를 제공한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다는 여론조사결과를 오래전에 본 적이 있다. 이 여론조사는 왜 금품선거가 사라져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돈으로 선거에서 당선됐다 치자. 그런 사람은 임기 중에 반드시 선거에서 불법으로 들어간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회수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각종 부정청탁이나 불법 인ㆍ허가, 정치자금 수수행위를 일삼는다. 이는 과거 사례를 보면 진리에 가깝다. 금품을 사용해 당선된 사람이 도정을, 시정을 잘 이끌어나가고 주민들의 복지와 건강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금품선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유권자들이 요구하고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책임은 유권자가 더 크다. 이제 유권자들도 금품선거에 단호해져야 한다.

 엊그제 봄이 오는 소리가 느껴지는 것 같더니 금세 벚꽃의 꽃망울은 여물었다. 순식간에 핀 하얀 벚꽃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지고 말았다. 그래도 벚꽃은 내년도 그 이후에도 계속 아름답게 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핀 민주주의라는 꽃은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야속하게도 시들어 버린다. 한번 시든 민주주의 꽃을 다시 피게 하기 위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 교훈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금품이나 학연ㆍ지연ㆍ혈연이 아닌 정책이나 비전, 인물 됨됨이를 살펴보고 후보자를 선택할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후보자가 명함을 배부하러 다가오면, “정책이 뭡니까? 어떻게 우리 지역을 발전시킬 것인가요?”, “그 정책은 실제 실현 가능한가요?”라고 되묻는 유권자 의식이 살아나야 할 때다.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후보자들이 두려워하는 유권자가 되자.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두려워할 때 진정한 선진 민주국가가 실현될 것이란 진리를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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