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8 17:20 (화)
정치 본능이 충만한 4월
정치 본능이 충만한 4월
  • 경남매일
  • 승인 2018.04.0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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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 보수가 시대의
흐름을 잘 타 부활할
수도 있다. 아니면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
음침한 골짜기로
떨어질지 모른다.
▲ 류한열 논설실장

 정치란 인간이 만든 가장 인간적인 물건이다.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정치를 모르면 인간 속에 있는 음흉함과 상대 뭉개기를 배우기가 힘들다. 정치는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부를 수 있는 아름다운 동행자다. 정치 시장이 서면 많은 사람들은 살맛을 찾는다. 선거라는 치열한 권력 다툼이 오직 승리를 바라는 사람에게 살맛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지금 음울한 늪 속에 빠져 있는 사람도 정치 바람을 쐬면 살아난다. 오는 6월 14일 지방선거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4년 동안 움츠렸던 정치 근력에 힘이 솟아나고 마음속에 숨어있던 정치 본능이 돌출한다.

 경남의 지방선거는 보수정당의 위기 속에서 옛날의 영광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임이다. 보수정당이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가면서 행여 그 끝이 예상보다 빨리 눈앞에 어른거리면 옛날 영광이 죽지 않았다고 환호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잃어버린 9년 세월이 야속할 뿐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길이 막혀 오직 앞으로 나가는 길만 보는 보수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경남에서 보수가 선택할 길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보수 정치인이 보수 쪽으로 기운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다 되레 진보 쪽으로 무게 추가 옮겨진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면 갑갑한 점이 한두 개 아니다.

 경남에서 보수의 포퓰리즘이 힘을 다시 발휘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역 경제가 조선산업의 위기 때문에 무한정 흔들린다. 고단한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나는 슬픈 현장을 매일 본다. 이들의 분노를 이용해 보수 색깔을 진하게 색칠하고 싶은 유혹은 자연스럽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 노동자 계층의 분노와 눈물을 닦아주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단한 현실을 뒤로 밀쳤다. 주류에서 벗어난 많은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택했다. 트럼프 포퓰리즘에 한 방 먹었기 때문이다. 경남 보수가 노동의 위기에서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고 그 약발을 표로 연결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신통치 않아 보인다.

 보수 포퓰리즘이 힘을 잃으면 보수 실용주의가 고개를 내민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고용 절벽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대북의식이나 자유주의에 생각을 고정하지 않는다. 청년 실용주의에 충실히 답하는 보수 실용주의가 힘을 얻으면 그나마 보수가 힘을 쓸 공간이 생긴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는 젊은층에게 보수주의 실용주의가 먹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남의 보수는 자칫 음울한 계곡으로 내몰려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경남지사 선거에서 김경수ㆍ김태호 카드가 벌써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지사가 되면 바로 대선 잠룡이 된다고 호들갑을 뜬다. 정치는 말에서 시작해 말로 끝난다. 밑도 끝도 없는 말이 실체의 옷을 입고 현실이 되는 게 정치판에서 상식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 보수가 시대의 흐름을 잘 타 부활할 수도 있다. 아니면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 음침한 골짜기로 떨어질지 모른다. 정치 계절을 맞아 많은 예비후보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만나는 발걸음이 얼마나 즐거울까. 겨우내 몸이 근질거렸던 골퍼가 봄을 맞아 필드를 누빌 때 발끝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같다. 정치 본능이 충만한 4월이다. 경남 정치판에서 쭈그러진 보수 정치인이 기지개를 켜고 현장을 누벼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한 선수가 패배하라는 법은 없다. 정치현장은 팔딱팔딱 뛴다. 보수 정치인은 지역주민의 가슴 뛰는 소리를 들어라. 그러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뜻밖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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