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다지만…
혼자가 좋다지만…
  • 이주옥
  • 승인 2018.04.03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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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혼자 술 마시고(혼술) 밥 먹고(혼밥) 노는(혼놀)사람들을 횰로(나홀로+욜로)족이라고 명명한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는 욜로(YOLO. 오직 나만을 위한 삶에 집중)가 대세였다. 횰로는 욜로에서 조금 더 확장된 파생어인 모양이다. 어쩌면 횰로족이 1인 가구 시대의 정점이라고 해도 될 듯싶다. 하지만 근본도 출처도 복잡한 전대미문의 신생 단어에 어리둥절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에 맞춰 1인 주택, 1인 용품 등이 덩달아 대세다. 다가구 주택을, 혼자 살기 편한 공간으로 바꾼 셰어 하우스는 물론, 한 사람이 한 끼씩 먹기 좋게 포장한 절약형 음식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혼자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형제들과 좁은 방 한 칸에서 부대끼며 살던 시절의 최고 희망사항이었다. 오로지 내 물건만을 들여놓고 내 취향대로 방을 꾸미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되기를 꿈꾸던 시절. 하지만 오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넘쳐나는 시점에 오니 다시 그것이 진정 좋은 것인지를 되새겨보게 된다.

 편리하고 즐거운 나만의 삶을 추구하는 횰로족. 그들이 추구하는 완벽한 횰로에는 부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고 한다. 우선은 주거지 반경 200m 이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각종 편의 시설들이 가장 우선이고 문제라고 한다. 슬리퍼 신고 평상복 입고 걸어갈 수 있는 편의점은 물론, 카페, 식당 등이 골고루 포진된 곳이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건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대부분 혼자 하는 것은 외롭고 어색했다. 혼자 밥을 먹느니 차라리 굶기를 택했고 혼자 영화 보는 사람은 다소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라고까지 생각했다. 사회성이 부족하다고도 했으며 대체적으로 우려의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눈치 보지 않고 버젓이 혼자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고 혼자 커피를 마신다. 영화 또한 혼자 봐야 더 집중된다고 한다.

 다분히 이상적으로 보이는 홀로 삶. 자신만의 공간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며서 철저하게 혼자만의 공간으로 만든다. 집은 이제 단지 일을 끝내고 들어가 쉬다 잠만 자고 나오는 공간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힐링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집 안을 온통 도서관처럼 꾸미거나 카페처럼 만드는 일이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무료하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의 간섭이 없으니 갈등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이면이 있다. 나만의 생활은 편하고 자유롭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짐이 덤으로 따라온다. 비용도 그렇고 마음이 울적하거나 상의가 필요할 때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식당 문 앞에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종종 보게 된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1인분이 불가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조만간 길에 서서 같은 음식을 함께 시켜 먹을 사람을 찾아야 될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세상 돌아가는 판세의 이중성이다.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이 걱정되고 해 뜨면 나막신 장수 아들이 걱정되는 어미의 마음처럼,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함께 사는 세상이 유지되는 건 애초 가정과 사회의 1차적 책임이었고 더불어 사는 삶이 인간의 삶 중 최선이었다. 함께 하면서 세상도 발전하고 인생도 더욱 알차지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런 삶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교육을 받고 예절을 배우며 도리를 터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홀로 잘 지내느냐가 마치 인생 성공요소인 것처럼 변색돼가고 있다. 혼자에는 얼마간의 용기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심리적,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 무엇에건 의존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어쩌다 보니 세상은 혼자를 부추기며 사람들의 이기심은 더욱 팽배해지고 인간 군상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것 같다. 혼자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크다 보니 자기 보호막 차원의 이기심만 커지고 마음엔 울타리가 생기고 있을 뿐이다. 이미 형성된 것들은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보수와 보완은 필요하고 가능하다. 이즈음에 무엇이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이로운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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