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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력분산 없는 개헌안 ‘앙꼬 없는 찐빵’
대통령 권력분산 없는 개헌안 ‘앙꼬 없는 찐빵’
  • 이태균
  • 승인 2018.03.29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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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인 개헌안을 지난 26일 자로 발의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발판으로 삼아 오는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개헌 발의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정부 개헌안 발의를 반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개헌안이 통과되기는 역부족이다.

 현실적으로 다른 야당은 차치하고라도 자유한국당 전체의원 116명만 반대해도 개헌안은 재적의원 293석의 3분의 1인 98석을 훌쩍 넘기 때문에 통과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개헌 발의는 국회가 개헌안을 속히 마련하도록 하는 촉진제는 될 것이나, 여야가 끝내 개헌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결을 통해 정부 개헌안을 부결시킬 경우, 문 대통령은 정치적 패배를 선언하고 개헌안 발의를 철회하면서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개헌을 할 경우 국민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 각자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욕구는 다양하겠지만, 핵심은 대통령제에 대한 폐단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번에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에서는 청산해야 할 적폐인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인 대통령 권력에 대한 분산은 손도 대지 않았는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직 두 대통령이 구속된 것이 적폐청산이요, 법의 정의가 실현된 것처럼 박수만 칠 것이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가 전직 대통령의 탈법과 위법행위가 대통령제의 폐해에서 기인된 것이라는 사실에 공감했듯이 정부가 발의한 이번 개헌안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왜 입을 닫고 있는가.

 자유한국당도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당시의 집권여당으로서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통치형태에 대한 문제점을 면밀하게 검토해 대통령의 불행한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제에 근원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야당은 대통령 권력의 분산책으로 총리 추천제나 총리 선출제 등 총리임명권을 국회가 가지려고 하나 정부여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제정된 지 38년으로 누더기 옷과 같은 헌법을 고치려면 무엇보다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이념을 헌법전문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은 아무래도 좌파적인 이념을 많이 담아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 89조에 따르면 헌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무회의 심의 전 대통령 개헌안 내용을 공개했다. 국무위원들이 심도 있게 심의한 후 국무회의를 거쳐서 개헌안을 발표해야 했지만 개헌안 발의 당일인 지난 26일에야 임시 국무회의가 열렸다. 개헌안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의 전자결재로 재가됐고 국회로 송부됐다. 한마디로 사전에 짜여진 각본대로 청와대가 기획하고 연출한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토론이나 의견이 개진됐다는 말도 없었다. 대통령비서실이 만든 개헌안에 국무위원들이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국 민정수석은 “촛불 혁명 정신에 부응하는 국민개헌”이라고 밝혔으나, 국민의 염원을 담았다는 개헌안의 내용과 절차가 위헌 논란에 휩싸인 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우리 국민 전체가 공감하는데, 대통령의 권력분산에 대한 알맹이가 없는 개헌안은 앙꼬 빠진 찐빵이 될 수밖에 없다. 국회가 심의과정에서 제일 먼저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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