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9:18 (목)
심각해지고 있는 등교 거부증
심각해지고 있는 등교 거부증
  • 이유갑
  • 승인 2018.03.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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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노란색 개나리와 분홍색 진달래가 참 잘 어울려 보인다. 이제 곧 벚꽃이 그 화려한 자태를 드러낼 터이고, 유채꽃도 꽃망울을 맺고 있다. 화창한 봄기운이 이어지니 어머니께서 싸주신 김밥을 가지고 봄 소풍을 가던 그 시절이 즐거운 기억으로 떠오른다.

 자녀가 새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3월이 되면 여러 가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교육 환경의 측면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사이의 차이가 심한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실제적인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건강과 함께 심리적인 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신체적인 면에서는 약시, 난청, 충치, 중이염, 축농증,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 등에 관련한 의학적인 체크를 해보는 것이 좋다. 호흡기 알레르기가 있으면 주의가 산만해지기 쉬우며, 알레르기 증상이 없어도 새로운 환경이 주어지면 잠재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심리적인 면에서는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해서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반응은 심리적으로 젖을 뗀다는 것을 뜻하는 ‘심리적 이유기(離乳期)’에 해당하는 이 또래의 아이들로서는 엄마와 떨어져서 지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 매일 학교 가기를 싫어하거나 거부할 때 ‘등교 거부증’ 혹은 ‘학교 공포증’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갈수록 이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 특히 엄마의 과잉보호 때문에 집에서는 마음대로 멋대로 지내다가 일정한 규칙과 통제가 있는 학교에 규칙적으로 가야 하는 것이 싫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꾀병을 부리면서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마음이 약한 엄마는 또 이를 받아들이는 악순환이 연속되는 것이다.

 등교 거부증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싫어하는 ‘분리불안’이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말로 자신의 불안을 표현하기보다는 머리가 아프다거나, 배가 아프고, 어지럽다는 등의 신체적인 증상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등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런 증상들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분리불안을 보이는 아이들은 부모들이 지나치게 가족 중심적인 환경에서 자녀들을 과보호하면서 키운 경우나 아이들이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믿음이나 확신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매일 애를 먹이면 엄마가 아이들에게 ‘너 자꾸 이러면 엄마 달아나 버릴 거야’라는 등의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성격적인 면에서 지나치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섬세하거나 예민한 심리적 특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 상당한 심리적, 행동적 부적응의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적응에 대한 불안 심리가 야뇨증이나 변비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셋째는 주의력결핍과 이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과잉행동의 경향성이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활동적이어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은 정해진 수업시간 동안에 집중해서 앉아 있어야 한다는 부담,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같이 생활해야 하는 부담, 떠들지 못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자유롭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집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재미없고 싫어지면서 등교 거부의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서불안, 학습장애, 발달장애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들은 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럴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치료적 접근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올바른 양육 태도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녀들에게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과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음을 일깨워줘야 하고, 허용하면 안 되는 것들은 안 되는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해주면서 단호하게 금지해야 한다. 좋은 부모는 사람이 좋다는 것과는 다르며, 오히려 맺고 끊음을 분명하게 하는 부모가 교육적으로 더 훌륭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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