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litics)를 하는 데는 돈(money)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는 곧 ‘돈’이다.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또한 지역구 사무실을 유지하려면 임대료 및 인건비 등 경비가 적지 않다. 여기에다 지역구 동호회, 동창회, 체육회에 나가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물론 계산할 때는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하지만 결국 사무실 비용으로 처리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에는 많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 대부분 합법적인 후원금으로 조달되지만 알게 모르게 기업으로부터 받는 돈이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이 이권을 노려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한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자금으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한 사례를 보자. 몇몇 재벌기업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외국의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에 비자금을 조성하며 탈세를 하고 있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기업의 활동은 역외탈세 문제뿐만 아니라 업무상 배임, 횡령 등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통 기업의 비자금 조성방법은 건설회사 같은 경우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급여나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비용을 부풀려 조성하는 방법과 제조업체의 경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익을 늘리고 세금을 덜 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보자. K제조업체가 1만 원짜리 제품을 베트남의 제품 수입회사에 1만 원을 더 붙여 2만 원에 판매하면, 이 회사는 제품을 팔아 1만 원의 이익을 본 것이다. 국내 법인세율이 20%라고 가정할 때 2천원이 세금이고, 남은 8천원은 회사의 몫이 된다. 그런데 이 K제조업체의 사주가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판매 법인을 별도로 설립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탈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K업체가 유령회사인 판매법인에 생산원가 1만 원짜리 제품을 1천원만의 마진을 붙여 1만 1천원에 넘기면, 유령회사가 베트남 제품 수입회사에 2만 원에 제품을 판다. 그러면 당초 수입 1만 원에서 1천원이 줄어든 9천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 이것은 ‘이전가격’ 조작이며, 관련 기업 사이에 원재료 제품 및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조세피난처가 있기에 가능하고, 이는 역외탈세의 전형수법으로 악용된다.
결국 K업체는 1만 원짜리 제품을 1만 1천원에 이전했으니 1천원의 이익만 남게 되고 조세피난처 판매법인은 1만 1천원에 받아 2만 원에 넘겼으니 9천원의 이익이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K업체는 유령회사에 이전해서 생긴 이익인 1천원에 대한 법인세금 200원만 납부하고, 조세피난처에서 번 9천원에 대한 세금은 안 내고 고스란히 비밀계좌에 넣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입에 맞는 정당에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권을 따내기 위해 비밀계좌에 넣어둔 돈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의 비자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비용은 40억 원, 대선은 560억 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총선이나 대선 등 선거에서 국민이 직접 투표를 하기 때문에 당선과 낙선은 국민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선과 낙선은 돈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즉 정당은 얼마나 돈을 많이 썼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결정된다.
지난 대선의 통계를 보면 현재 여당(민주당)에서는 야당(한국당)보다 3배나 많은 돈을 썼다. 결국 선거의 승패는 국민이 아니라 선거자금이 결정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금융계 인사들과의 인맥이 많은 반면, 한국당에서는 제조업 인사들과의 인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정치후원금도 민주당은 금융계, 한국당은 제조업에 의지하게 된다. 따라서 좌파정권에서는 금융업과 부동산이 호황을 누리지만, 제조업은 무너져 실업자가 대량 발생하고, 수출에 타격을 받아 국민들의 생활은 곤궁해진다.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선거 출마로부터 시작된 이미지 정치의 내면과 정치 내부의 일들이 매스컴과 언론을 통해 유권자에게 크게 비춰져야 한다. 그래서 언론과 매스컴에 적지 않는 돈을 쏟아붓는다. 돈이 없으면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