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4:26 (화)
진정한 창업활성화를 위하여...
진정한 창업활성화를 위하여...
  • 정원영
  • 승인 2018.03.19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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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영 (주)태성SNE Inc 이사

 한달 반 전인가, 한국을 방문한 중국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창업 활동 및 다양한 창업 인프라에 대해 소개할 기회를 가졌다. 중국도 중국의 3대 IT 기업인 BAT(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드론 업체로 급부상한 DJI(Da Jiang Innovation) 선전에 자극을 받아 많은 대학생들이 한국 못지않게 창업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고, 중국 교수들도 여러 대학교에서 연합해 왔기에 이야기와 질문은 ‘학생 창업’이 주를 이뤘다. 오고 간 많은 이야기와 질문 중에 “문과생들은 어떤 업종의 창업을 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불만을 갖고 있던 문제들의 하나였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질문 1. 웹 포탈을 기반으로 C2C(Customer to Customer), B2C(Business to Customer) 그리고 B2B(Business to Business) 등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바바닷컴을 비롯한 타오바오, 알리페이, 티몰, 알리바바 클라우드 컴퓨터를 창업한 마 윈(Ma Yun 또는 Jack Ma)은 문과였을까?

 질문 2. 이미 고등학교 때 워싱턴주립대에 다니던 폴 앨런(Paul Gardner Allen)과 함께 인텔 8008 프로세서 기반으로 교통량 데이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벌었고, 정보기술 기업의 대명사이자 제3차 산업혁명을 선도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Bill Gates 또는 William Henry Gates III)는 이과였을까?

 질문 3. 마지막으로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과 함께 애플(Apple)을 창업해 매킨토시, 아이튠즈,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IT업계의 한 획을 긋고, 애플을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성장시킨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과연 문과였을까, 이과였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세 사람 모두 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문과 출신이다. 마윈의 경우항저우사범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영어교사 생활을 하던 중 미국 시애틀(Seattle)에 갔다, 인터넷에 영감을 받아 IT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반면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의외라면 의외일 수 있는데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법대를 다니다가 중퇴했고, 동양철학에 심취했던 스티브 잡스는 리드대학교(Reed College) 철학과 1학년을 다니다가 중퇴했다.

 사실 미국은 문과와 이과 자체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식의 이러한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로봇,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등의 IT기술이 기존의 제조업과 융합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그것이 숨어있는 고객의 수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새로운 산업의 재편으로 이어져 온디멘드경제, 플랫폼경제형태로 우리들 실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변혁의 시기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통해 미래를 견인할 신산업 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강조돼야 할 것이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새로운 산업의 문이 열리는 시점에 재빠르게 달려들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나와야 하고 이를 받쳐주는 튼튼한 생태계가 구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과생 창업과 이과생 창업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우리 스스로 창업의 기회를 제한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문과생들이라는 스스로가 만든 한계에 갇혀 전자상거래와 같은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중소기업청 통계가 보여 주듯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도소매업과 같은 생계형 창업이 증가했고 실제로 증가하길 바랐던 전문 기술이 바탕이 되는 기술창업 분야는 도리어 감소하게 된 것은 아닐까? 창업은 필요와 관심으로 태어나고 열정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늦었지만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지금처럼 시행하기도 전에 본연의 취지가 다른 이유로 겪고 있는 난황에서 벗어나 모쪼록 이번 기회에 시장 변화에 부합하는 교육의 틀을 잡길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마 윈,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이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높이 비상하는 창업자들이 나올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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