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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립합창단 ‘가짜 미투’
김해시립합창단 ‘가짜 미투’
  • 한 용 편집국 부국장ㆍ정경부장
  • 승인 2018.03.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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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용 편집국 부국장ㆍ정경부장

 “예술적 정진보다 직업의 안전성 확보를 중요시해 ‘철밥통’을 지키려 노력할 때 문제가 나타난다. 본래 예술단체는 무엇보다도 우수한 공연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원들의 기량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오디션을 실시해야 한다.” 가야금 명인 故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생전에 이 같은 주장을 설파했다. 지난 1월 31일 타계한 故 황 교수는 ‘철밥통’을 비유하며 예술단체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던 것이다.

 밥통은 직업이나 직장을 의미한다. 철밥통은 깨질 염려가 전혀 없으니 안정적이다. 사실 철(鐵)로 만든 밥통은 없다. 언제부턴가 언론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부정적으로 지칭할 때 ‘철밥통’이란 말을 썼다.

 단원에 대한 정기평정 결과 탈락한 일부 김해시립합창단 단원은 최근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했다. 그들은 자신을 ‘철밥통’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지난 7일 노동위원회는 그들의 진정을 기각했다. 김해시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류에 편승한 가짜 미투로 여론몰이를 벌였다. 하룻밤 새 김해시립합창단 단무장은 ‘갑질 여자’가 돼 버렸다. 실체적 진실을 모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비판 일색이다. 부화뇌동한 김해시는 그녀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49세의 음악인은 일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한 음악인의 인생을 거짓으로 포장된 올무 안에 가둬버린 것이다.

 단무장이 여성 단원을 외모에 따라 A급ㆍB급 등으로 나눠 부른 것이 사실이라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공개석상에서 단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모욕감을 줬다면 더욱 큰일이다. 김해시립합창단의 분열 조장과 지난 2001년 창립 이후 17년 동안 지켜온 이 단체의 위상을 폄하시킨 행위는 범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직 예술단장인 부시장이 합창단원들에게 “‘우리 합창단은 음악만 잘하는 게 아니라 모두 예쁘십니다”며 치켜세웠다. 이에 단무장은 “더 아름다운 A급 단원들도 있는데 미처 오늘은 참석치 못했습니다”면서 맞장구쳤다.

 단무장의 이 같은 발언은 칭찬하는 부시장에게 단원들의 자원수준을 높게 피력하려는 중간관리자로서의 순수한 대응이다.

 당시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단원들이 모욕감을 느꼈다면, 웃음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단무장의 소명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같은 단무장의 6년 전 발언을 두고 “여성 단원의 외모를 기준 삼아 등급을 매겼다”, “이런 기준으로 불림에 따라 모욕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 언론에 회자되면서 한 음악인은 인격살인을 당했다.

 그뿐만 아니다. “김해시립합창단 단무장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단원들을 해촉되도록 종용했다”는 문장도 꼭 따져야 할 대목이다.

 김해시립예술단설치 및 운영조례와 복무규정에 따르면 단무장은 단원을 해촉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고작 단무장에게 맡겨진 임무는 단원의 복무관리를 위해 출근부와 복무상황부를 비치해 기록하는 일이다. 이마저도 단원들의 모든 복무상황을 지휘자 등의 결재를 받아 기록ㆍ관리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관련 조례는 단원의 해촉에 대한 규정이 있다. 복무규정에는 평정에 대한 구체적 조항도 마련해 놓고 있다. 어떤 단원이든지 관련 조례와 복무규정을 충족하는 평정을 받지 못하면 해촉 대상이 된다. 단무장의 지위와 권력으로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단원의 해촉을 종용할 수 없다. 김해시 조례와 복무규정의 구조적 시스템은 녹녹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다. 제보자의 이런 주장은 김해시 행정시스템을 무시한 처사다.

 예술단체는 일반 노동단체와는 다르다. 특별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단체인 것이다. 조례와 규정이 정해놓은 단원의 평가는 단원을 위협하거나 해촉키 위함이 아니다. 단과 단원의 기량 향상을 위한 개선의 도구다. 평가하지 않으면 단의 음악적 역량을 개선할 수 없다. 故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생전에 설파한 예술단체의 발전방안을 되 새길 때다.

 김해시립합창단도 마찬가지다. 지역을 넘어 어디서든 음악으로 감동을 전하는 단체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는 단과 개인의 기량 향상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 오디션은 필수다. 공정한 평가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 탈락한 단원은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불만 해소 방법은 기량 향상이다. 실력을 키우고 오디션에 참가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뒤로했다. 미투라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여론을 호도했다. 어떤 이는 이 때문에 인격적 살해를 당했다. 분명 범죄다. 김해시의 판단도 섣부르다. 여론몰이에 휘둘린 오착이다. 지금이라도 진실규명에 나서라. 최소한의 원칙과 상식을 지켜라. 행정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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