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서
시간 속에서
  • 이주옥
  • 승인 2018.03.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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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평한 시간, 태생이나 성별, 직업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엮어나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모습은 천차만별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그렇게 공평하고 일정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고 어떻게 취사선택 하느냐에 따라 생과 사를 가르기도 하고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기도 하니 그 의미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얼마 전 막을 내린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0.01초 차이로 순위가 바뀌고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간발의 차, 시급을 다투는 절대 절명의 긴박함에 선수는 물론, 지켜보는 국민 모두가 오금이 저릴 만큼 긴장했다. 특히 마라톤이나 빙상경기에서는 소수점 이하의 시간까지 재며 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선수의 명예나 연금이 차이 나니 그 얼마나 소중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시간은 요모조모로 우리의 일상에 불가분의 관계로 끼어서 때로는 더 없이 안타깝게도 하고 또한 절박함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오래 전, 고3 교실에 ‘수면 1시간 차이로 직업이 바뀌고 마누라 얼굴이 달라진다’는 급훈이 걸리기도 했다. 웃자고 한 현실감 있는 이야기가 죽자고 달려드는 이유와 명분이 되는 우습고도 안쓰러운 현실이었다.

 ‘시간은 돈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등 시간 관련 속담은 많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기에 그 만큼 또 허무하다. 한번 놓쳐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하다. 반면, 시간은 망각이란 선물도 주고 때로는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기에 더없이 고마운 것이기도 하다.

 우리 선조들은 시간에 끌려가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사는 것을 선에 이르고 도를 닦는 일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일부러 바늘 뺀 낚시 대를 드리우고 고기가 아닌, 세월을 낚는다며 여유를 부렸고 오히려 무엇이든 조급해하고 빨리하면 경박하다고까지 했다. 조정의 제상들은 기다리면서 나라 일을 도모하고 도약의 근간으로 삼으며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오늘 날엔 어떤가. 시간을 두고 참거나 기다리면 구태의연하고 게으르다는 핀잔을 듣는다. 통신사에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1분에 영화 100여 편을 다운 받을 수 있고 MP3 파일 1곡을 0.2초 만에 다운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며 4세대 모바일의 LTE급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공항이나 극장에서도 기다리며 줄을 서는 것보다는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좌석까지 스스로 배정한다. 은행에 가서 입출금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단 몇 초면 억대의 돈도 순식간에 송금이 가능한 시대, 그런 시스템에 능숙한 사람이 샤프하고 세련 된 사람이라고까지 한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을 바꿔 말하면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뜻 일게다. 이제 시간은 인간과의 싸움에서 자못 거추장스런 존재로 치부 백전백패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삶은 매사 기다림으로 유지되고 이어진다. 사람과의 관계도 오랜 시간 속에서 숙성 지고 신뢰가 생긴다. 커피 한 잔을 제대로 마시려면 커피콩이 갈리고 뜨거운 물에 추출지기까지도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빨래도 세탁과 헹굼 그리고 탈수의 과정을 거쳐야 우리가 다시 입을 수 있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데도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 않는가. 이렇듯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며 무엇이건 결정의 시간, 숙성의 시간을 지나야 내 것으로 취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삶의 순간순간이 모두 시간 속에서 시작되고 이뤄지는 것, 어느 편에서는 0.01초를 다투며 혼신의 힘을 쏟아야 되고 또 한 편에서는 느림의 미학에 실려 조금 천천히 가야 할 때가 있다. 조금 빠르고 조금 느린 것에 대한 결정마저도 시간이 필요하다.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때로는 소용돌이 치고 때론 기회와 성찰의 필수요소로 자리하는 시간, 그래서 시간과의 동행은 막연하기도 하고 진중하기도 하지만 또한 두려운 것이기도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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