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6:30 (금)
사랑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 은종
  • 승인 2018.03.12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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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종 시인ㆍ독서지도사ㆍ심리상담사

  우리는 계절의 변화가 동반하는 자연의 소리에 아름다운 조화와 그 신비를 느끼고 발견한다. 언제나 순리를 따르는 자연은 우리에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자연보다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건 사람이다.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한 번에 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 가능하다.

 수녀 마더 테레사는 지구상 곳곳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 한 번에 한 사람을 껴안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 행위가 바다의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과 같지만 그 한 방울이라도 붓지 않으면 그만큼 바닷물은 줄어들 것이다”라고 했듯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아무런 조건이 따르지 않는다. 물론 그런 마음이 생기기까지는 시간과 에너지, 시공을 총괄하는 필연적인 조합 등이 갖춰져야 한다. 대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눈빛을 공유하며 삶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다가가는 것은 공통된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깊이 사고(思考)할 수 있고 그 사고를 펼쳐 표현할 수 있으므로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듯 사람을 좋아해서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정이 들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어 실망할 때도 있다. 상대로부터 이해받기 위한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타적 사랑 역시 이기적 사랑을 품고 있는 방증일 것이다.

 문학 작품에서 그런 대목 하나를 발췌해 본다. 지난 1964년에 발표된 단편소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그 예다. 나무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 과연 소년을 무조건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성립됐던 것일까? 아니면 이타적 사랑으로 자신의 열매, 나뭇가지, 심지어 나무 둥치까지 내어주는 헌신적 태도에 만족했기 때문일까? 본문을 잘 들여다보면 반전의 묘미가 드러난다. 작가는 바로 그가 사랑했던 소년과 함께 자신의 밑동에서 함께 있는 것으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래서 그에 걸맞은 규칙도 따라야 한다. 자라난 환경과 배경이 달라 이념과 사상이 생활의 패턴을 지배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율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공존의 세계에서 서로를 결속시켜주는 질서와 보이지 않는 무언의 규범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도덕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면 더욱 빛나 보이게 마련이다. 친할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옛말도 있다. 허물없는 벗이라고 해서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모르긴 해도 다른 한쪽의 높은 이해가 전제될 때만 용인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자신만 지닌 소중한 인격이 있다. 자아존중감은 스스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라는 환경과 배경에서 형성된다. 특히 유아기에 부모로부터 받는 영향은 평생을 따라다닐 만큼 지배적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의사이자 철학자였던 윌리엄 제임스가 처음 사용한 이 말은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에게서 배우는 모든 삶의 영역, 가치관까지 대물림된다고 생각하면 어린 시절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의학자 Leon J. Saul은 인간의 결정적 시기인 ‘0~6 period’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100여 개의 임상경험을 통해 아동기 감정 양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살아가면서 많은 불행을 일으킨다고 했다. 대인 관계 속에서의 예의 있는 행동은 그 사람의 품위를 격상시켜 준다. 고매한 인품은 주위를 환하게 해 주는 빛과 같다. 마음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 싹도 틔우고 열매가 맺기를 소망해 본다. 나아가 큰 이파리로 그늘을 드리워 주는 것도 한 생을 살아가면서 꿈꿔볼 만한 가치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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