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21:23 (화)
천진암
천진암
  • 박상길
  • 승인 2018.03.12 2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상길 소설가

 간만에 신어산 천진암에 올랐습니다. 일에 치여서 정신을 못 차리고 살다가 산에 오르니 봄이 완연했더군요. 스님도 보살도 안 보이는 조용한 암자에 엎드려 올해 임용을 봐야하는 큰놈과 가기 싫은 군대에서 땀 흘리며 훈련에 만전중인 작은놈의 무사건강을 빌었네요. 간절히 기원하면 이루어지리라 했는데 그리되기를 합장하고 소원했습니다. 암자는 비었는데 대웅전은 정갈했고 산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첩첩산중이란 말을 실감케 했습니다.

 지난 3월 초에 아들 전화를 받았는데, 뜬금없이 “엄마한테 신경 좀 쓰세요!” 해서 “나만큼 가정에 신경 쓰는 아버지가 또 있대?” 했는데, 마누라 생일을 그냥 지나쳤더군요. 마누라도 참 서방한테 말을 하지 그걸 아들한테 일렀다는 말입니다! 생소한 업무 익힌다고 정신을 못 차리고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만 좀 미안해서 저녁에 횟집 가서 좋아하는 회를 상납했더니 눈 녹듯이 사그라지더군요.

 세금을 못 내고 과태료를 못내 동산이나 부동산을 압류당한 사람들하고 통화를 하고 이야기 들어주고 설득하고 때로는 욕을 처듣다 보니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사는데, 정말 먹고살기 위해서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더 해야 될까 생각하면 앞이 캄캄한데도 다행히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해주고 이리저리 힘을 보태주고 있어서 희망을 가지고 산답니다. 요새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유행이던데 정말 희망이 고문이 되는 느낌입니다.

 직원들이 모두 자기 일에 치여 “좋은 아침!” 하고 인사 건네고 나면 종일 농담 한마디 나눌 시간이 없으니 사무실 분위기도 너무 삭막합니다. 어제는 차량 등록비 일만 오천 원을 안 내려는 민원인이 두 시간을 직원하고 싸우는걸 보다 못한 부서장이 방으로 데리고 가서 설득하다하다 서로 큰 소리를 주고받고 그랬는데 그 민원인이 결국 감사실에 고발을 해서 일이 더 커지고 저녁에 찾아와서 또 다투고….

 사는 게 장난이 아니라더니 진짜 월급이 공짜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다하고 삽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더이다. 과태료를 나눠서 입금하는 사람이 있는데 남은 금액이 얼마냐고 물어보기에 많이 안 남았다고, 그동안 수납하신다고 고생이 많으셨다고 그랬더니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제가 법을 어겨서 그런 건데요!” 하시더군요. 아마 그런 분은 사업도 곧 좋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어도 희망적이면 살만한 일이지요. 곧 이루어지리라 믿고 삽니다.

 ‘Dream is come true’ 곧 그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