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산을 닮고, 산은 사람을 닮는다”
“사람은 산을 닮고, 산은 사람을 닮는다”
  • 이병영 기자
  • 승인 2018.03.12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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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신 화백.

지리산둘레길 10주년 기념

‘지리산 생활산수-이호신’ 전시




경남도립미술관 15일~5월 16일까지

산수화에 역사ㆍ시대 정신 담아 표현

귀촌 후 10여년의 작업세계 담아

사계절 생태 살펴 자연의 섭리 묘사



  “이호신 화백의 그림은 지리산의 미학을 빚어낸 예술가이자, 지리산의 생활사를 담은 인문학이다”라고 지리산권 문화연구원 최원석 씨가 남긴 글이다.

 지난 세월 동안 지리산 권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화폭에 담아온 동양화가인 이호신 화백은 사계절 생태계를 살피고 자연의 섭리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이호신 화백의 지리산 산수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국 전통 산수화와 조금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화백의 지리산은 역사와 시대정신, 자연의 경외와 섭리를 아주 묘사적이면서 절묘하게 다양한 장르로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이같이 지리산의 자연을 품 안에 안고 크나큰 공적을 남긴 이호신 화백의 전시회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연다고 한다. 이에 본지 기자는 이호신 화백에 대해 경남도립미술관의 자료를 인용해 이 화백을 소개하면서 살아온 그의 인생행로와 함께 작품세계에 대해 펼쳐봤다.

 우선 경남도립미술관은 오는 15일부터 5월 16일 까지 ‘지리산 생활산수-이호신’ 전시를 개최한다. 미술관 3층 5전시실과 전시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이호신 화백이 지난 10여 년간 그린 지리산 진경과 지리산 둘레길 산수화로 구성된다.

 더불어 지리산 답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화첩도 만나볼 수 있다. 보통 산수화라고 하면 자연 풍경을 담은 한국 전통 회화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호신 화백은 지리산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하나의 생태계로 이해하기에, 그의 산수화는 역사와 시대 정신, 자연의 경외와 다양한 생태, 삶의 둥지와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이다. 전시 제목이 ‘지리산 생활산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침 올해는 지리산 둘레길이 열린 지 10년이 되는 해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난 2008년 ‘생명평화’와 ‘동서화합’이라는 나눔과 화해의 정신을 기반으로 지리산 주변 3개 도, 5개 시군, 120여 개 마을을 연결해 조성된 순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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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신 화백은 지리산 둘레길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숲길 이상윤 이사와 함께 2년 동안 지리산 둘레길 21구간을 직접 걸었다. 그 기간 동안 이호신 화백은 그림을 이상윤 이사는 글을 적었고, 그 결과물이 얼마 전 ‘지리산 둘레길 그림편지’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 노력의 결과물인 지리산 둘레길 그림을 원작으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둘레길에는 산과 함께 마을이 있다. 그리고 마을 주민과 둘레길을 걷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림 속 풍경은 보는 순간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아마도 자연이 품고 있는 집과 사람 때문일 것이다. 그림 속 마을과 사람은 자연 풍경에 비해 조금 도드라지게 묘사돼 있는데 덕분에 우리는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그림 하나하나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 상상해보면 즐거운 전시 관람이 될 것이다.

 소박한 듯 담백한 둘레길 그림 외에도 백두대간 대표 산으로서 지리산의 웅장함을 맛볼 수 있는 진경 그림도 출품된다. 대형 작품 중심으로 구성된 지리산 진경 역시 자연으로서의 지리산과 역사와 문화유산이 가득한 장소로서의 지리산을 담고 있다. 특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을 사용해 보는 이는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진경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풍경 속으로 녹아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둘레길 풍경이든 지리산 진경이든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한 조망을 제공한다. 이는 이호신 화백이 다양한 시점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본 풍경이 하나의 고정된 시점으로 뇌에 기억된다고 믿지만, 실상 우리 뇌에서 만들어진 풍경은 다양한 정보가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이호신 화백은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물면서 그 장소를 여러 시점으로 스케치해 이를 토대로 풍경을 재구성한다. 따라서 그가 만들어낸 풍경은 우리가 장소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재현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그림이 직관적으로 우리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이호신 화백의 ‘산청 정당월매’.

 지리산은 예로부터 영성이 가득한 곳으로 여겨졌기에 민족의 명산으로 불렸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세속에 절망한 사람들이 지리산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는 말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리산이 생태적 가치는 물론 역사적 가치와 나아가 종교적 가치가 있다는 것도 지리산 사람들을 만나면 늘 듣게 되는 말이다. 지리산을 생각할 때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을 뒤돌아보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리산 생활산수-이호신’ 전시는 그래서 흥미롭다. 자연을 떠올림과 동시에 인문적 상상을 펼쳐 놓는다. 개발, 성공, 부유함을 쫓는 도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삶의 기운생동을 느껴볼 좋은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이호신 작가는 스무 해 이전부터 지리산권의 자연과 문화를 답사, 사생해 온 작가는 지난 2008년 ‘산청에서 띄우는 그림편지’(뜨란)를 출간하고 귀촌(남사예담촌)했다. 지리산 지역(하동ㆍ구례ㆍ남원ㆍ함양ㆍ산청)의 다양한 생태와 문화유산을 화폭에 담기 위해서이다. 귀촌 후 지리산국립공원의 협조로 5개 시군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그려 화집 ‘지리산 진경’을 출간(다빈치)했다. 이 작품은 ‘어머니의 땅-지리산 진경순례’(아라아트센터, 2013.4.4.~4.28)로 발표됐다.

 이후 남원의 ‘흥부제 특별전’으로 ‘남원의 숨결-이호신 초대전’(남원 춘향문화예술회관, 2011.10.6.~10.23)을 열었다. 같은 해에 구례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그린 ‘구례를 담다’(구례문화원)를 출간했다.

 한편, 지리산문화를 형상화하는 문화운동 ‘지리산프로젝트’(2014~)에 참여 중이며 ‘지리산둘레길 자문위원’에 위촉된 후 사단법인 ‘숲길’의 이상윤 이사와 ‘지리산둘레길에서’를 연재(월간 산, 2016~2017)했다. 이 결과물은 ‘지리산둘레길 10주년 기념’으로 ‘지리산둘레길 그림편지’ 이호신 그림ㆍ이상윤 글(산지니, 2018)로 출간했다.

 따라서 이번 ‘지리산 생활산수’전은 작가의 귀촌 후 10여 년의 작업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지리산 자연과 문화유산을 순례하고 마을의 역사와 환경을 인문지리로 이해한 후 현지에서 사생했다. 그리고 화실에 돌아와 새로운 형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이러한 통찰에는 역사와 시대정신의 증언, 자연의 경외와 다양한 생태, 삶의 둥지와 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작가는 이러한 양상을 생활 속에 녹아내고 구현(표현)한 것이 ‘지리산 생활산수’다.

 이호신 작가는 지난해 ‘국립공원 50주년 기념’ 공적으로 문화포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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