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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로 들여본 나무꾼과 허생원
‘미투’로 들여본 나무꾼과 허생원
  • 경남매일
  • 승인 2018.03.0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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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현SAS영재아카데미 원장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유능하고 신선한 이미지의 차세대 대권후보의 성폭행 사건을 뉴스로 접하며 사람들은 ‘패닉’ 또는 ‘공황장애’, ‘배신’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충격에 빠졌고 방송은 충남도지사의 이슈 블랙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된 일이냐며 권력자들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비단 충남도지사의 개인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정치인의 추락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미투 운동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해지는 시민의식이 형성돼야 할 것이다.

 ‘너도 하늘말라리아’를 쓴 이금이 작가의 ‘유진과 유진’, 영화로 만들어졌던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는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대표 작품이다. 영화로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진 ‘도가니’는 비열한 권력자의 성폭력과 성추행이 사회 약자에게 얼마나 추악하게 행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줬고 ‘유진과 유진’은 성폭행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상처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평생을 따라다니는 상처와 악몽의 그림자 때문에 겪는 고통에 비해 가해자에게 너무나 관대한 우리 사회는 유사범죄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해 내고 있다. 범죄자도 범죄를 다루는 법률가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도 무엇이 잘못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이다.

 중ㆍ고교 시절에 접하는 문학작품 중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봉평의 메밀밭이 달빛에 어려 허생원의 추억과 함께 잘 묘사돼있다. 봉평장의 소싸움과 봉평의 메밀꽃밭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이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받지만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마다 마음에 걸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점이 있다. 동이 엄마의 삶이다. 작품 속에서 조명되지 않는 동이 엄마의 삶을 추정해 보자면 가세가 기울어진 집안 때문에 망연자실해 물레방앗간에서 허탈해하는데 얼금뱅이자 장돌뱅이인 허생원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미혼모로 동이를 낳아 또 장돌뱅이를 만들어냈으니 그 과정에 얼마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이 전개됐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런 동이 엄마의 입장을 대변해 허생원을 문제 삼는 토론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은 동이 엄마가 거부하지 않았으므로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항변한다.

 우리의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은 유아기 어린아이들부터 초등생들에게 읽혀지는 고전 대표작이다. 그러나 착하게 미화된 나무꾼의 행위를 재조명해 다시 봐야 할 것이다. 선녀의 옷을 훔치는 행위, 선녀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아내로 삼는 행위는 분명 잘못됐고 선녀가 옷이 없어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 바라지도 않는 나무꾼의 집으로 간 것도 모자라 아내로 삼은 것은 강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화에서는 선녀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있지만 반영되지 않은 선녀의 생각은 두 아이를 출산한 선녀가 아이들을 안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동화가 미화돼 부모님을 잘 모시고 착하게 산 나무꾼에게 마치 선물처럼 선녀가 인연이 됐다고 인식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성실함과 효를 강조하려다가 여성의 인격과 삶을 유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셈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동화를 읽고 자라고 이런 문학작품이 우수하다고 비판의식 없이 읽고 배우고 한 우리의 환경은 오늘의 현상을 이루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표면적 고속 성장하면서 내면적으로 다져서 함께 성장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떤 문제건 이미 문제가 발생한 시점보다는 문제 발생에 대한 예측으로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미투에 대한 해결에도 온 국민의 관심과 지지로 힘써야겠지만 서둘러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일에도 또한 힘써야 할 것이다.

 유아기 어린아이들이 남의 물건과 자기의 물건에 대한 도덕심을 배우지 못했을 땐 친구의 물건이 마음에 들면 자기가 갖겠다고 떼를 쓰며 울기도 하고 몰래 훔쳐 오기도 한다. 내 것이 아닌 것은 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가지고 놀 수 있고 놀고 난 뒤엔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을 엄마들은 가르친다. 성에 대한 태도 또한 이렇게 가르치고 훈육을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소홀하지 않는가. 남성이 여성을 보는 관점, 이제 새롭게 써야 할 때이며 그것은 어린 시절 남ㆍ여의 차별이 아닌 다름에 대한 인식 교육부터 다시 해야 가능해질 것이다.

 4월이면 하는 남녀평등 글짓기 대회만으로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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