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
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
  • 정창훈 대표이사
  • 승인 2018.03.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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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대표이사

 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에 ‘지방분권개헌 1천만인 서명부’가 비치돼 있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관리실에 전화를 해보니 누군가의 낙서가 심해서 제대로 서명도 받지 못하고 수거했다고 한다. ‘지역에 다리를 놓아 달라’는 촉구의 서명운동을 할 때는 가족 개개인 모두 서명을 하다 보니 서명부를 추가로 갖다 놓기도 했는데 지방분권개헌에 대한 관심은 아직 저조한 것 같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실제 지방분권이 지역민들의 삶과 어떠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극심한 수도권 인구집중 현황을 살펴보면 1970년대에는 28.3%,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3%에 이어 현재는 50% 이상이다. 양질의 일자리 또한 수도권에 60%가 집중돼 있으며, 재산세 징수액도 70% 정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방이 소멸되기 전에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방분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다.


 물론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제도든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형편을 볼 때 중앙집권 방식보다 지방자치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다. 과거 못살던 시절에 한국은 중앙집권으로 고속성장을 이뤘다. 대량생산 산업화 시스템은 중앙집권체제와 잘 맞아 떨어졌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개개인 소비자들의 개성이 뚜렷한 상황에서 세계정세에 걸맞은 운영방식이 필요하다. 지방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독립적인 지방정부들이 자율과 경쟁을 통해 국가 전체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반상회가 생각난다. 반상회는 1976년 5월 31일, 매월 25일을 ‘정례반상회 날’로 정해 전국적으로 일제히 개최되다가 1995년 10월 25일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반상회 운영 자율화 및 활성화 권고’를 통해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별로 조례ㆍ규칙을 정해 반상회를 개최하는 곳도 있고, 개최하지 않는 곳도 있는데 반상회는 치열한 도시 생활에서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존재감과 이웃의 정겨움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소통의 장이었고 쉼터였다.

 주민자치는 주민 반상회와 같은 공동체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웃끼리 주기적으로 만나 공동체의 소소한 이야기와 지역사회의 이슈 등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도 했던 반상회가 언제부터인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1995년 10월 25일부터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는 헌법 117조와 118조에 따라 법에 묶여 있다. 헌법 117조와 118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조례 입법권을 가지고 있지만, 국회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인정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사무와 조세, 조직 등은 국회와 중앙정부가 정하고 시키는 것만 하게 돼 있다.

 올해로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입법권과 재정권이 없는 ‘무늬만 자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력과 자본의 중앙 집중화 현상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격차를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제도를 도입하고 자치입법권ㆍ자치행정권ㆍ자치재정권ㆍ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 경향이 강한 나라다. 해방 이후 산업화ㆍ민주화 과정에서도 중앙집권적 국가 성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지방정부는 세계도시와 경쟁을 해야 하므로 지방정부가 다양한 지역적 강점과 특징을 살려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자주적 결정, 집행권이 필요하다. 행정수요가 다양한 현대사회에 국가주도형 운영방식은 주민의 특수하고 개별적인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방의 다양성과 자율적ㆍ창의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성이 존중돼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도, 해결하는 방안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지역의 문제, 사회적 계층 간의 갈등 등은 모두 한 가지 정답으로는 접근하기가 어렵다. 지역의 특색에 맞는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 지방분권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더 이상 거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김해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활동들이 활발하다. 경남에서 가장 먼저 자치분권 개헌을 위한 1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방자치분권개헌 김해본부는 지난달 13일 동상동 재래시장과 장유 롯데아울렛에서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개헌 1천만인 현장 서명 캠페인’을 했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지금이 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시가 지방분권에 있어 가장 앞선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뿌리부터 바로 세우고 뿌리부터 건강해야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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