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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도시가 매력적이다
재활용도시가 매력적이다
  • 경남매일
  • 승인 2018.03.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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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진 문화학박사 동의과학대 교양 교수

 우리는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또 세계의 도시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이제 도시는 건설과 기능, 효율 중심의 하드시티(Hard City)에서 사람과 자연, 문화가 중심이 되는 소프트시티(Soft City)로 거듭나야 한다. 거대한 빌딩과 잿빛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숨 막히는 생존투쟁의 공간이 아니라, 전통과 새로운 아름다움이 어우러지고 친생명, 친자연, 친문화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공존과 배려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재건축보다는 주거환경이나 낙후된 지역에 도로ㆍ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새로 정비하고 주택을 신축함으로써 주거환경 및 도시경관의 재정비된 재활용 도시가 요구된다.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시민과 자치단체, 문화기획자, 기업 등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일궈낸 성과와 그 과정이 필요하다.

 재활용은 크게 세 가지의 유형이 있다. 남이 사용하던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방법(재사용)과 폐기물에서 제품의 원료를 회수하는 방법(원료회수) 그리고 폐기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방법(에너지회수)이다. 대표적인 재사용방법으로는 선배의 교복이나 교과서 물려받기, 소주병과 맥주병의 재사용 등이 있다.

 근래에는 업사이클(Upcycle)도 이뤄지고 있다. 폐지에서 신문용지 추출하기, 음식물쓰레기로부터 사료와 퇴비 생산하기는 원료회수의 대표적인 예이고 폐기물을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자주 언급된 원료회수 형태의 재활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기존의 원료회수 재활용이 번듯한 생산라인을 통해 다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라면 업사이클은 수제품, 공예품, 예술품의 원료로 폐기물을 사용함으로써 그 가치가 기존 원료회수보다 높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중고품의 재사용도 그다지 활성화돼 있지 않았지만 요즘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전 지구는 지금 지구온난화와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기상이변에 몸살을 앓고 있고 석유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부지불식중에 집안에서 공간만 차지한 채 방치되고 있는 헌 제품들이 있다. 이들 역시 잠재적인 재활용품의 하나이다. 이들의 배출을 촉진하려면 봄맞이 대청소, 물물교환, 아나바다 운동, 재활용품 센터 이용, 연초 대청소와 같이 사회적인 관습과 연계해 수거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즉 지역별로 날을 정해 연중 특정 시기에 무료로 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기업은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다회용컵 이용과 커피 찌꺼기 재활용에 나서고 있다. 올 2월부터 영국에서는 일회용 컵에 5펜스를 물리고 케냐는 비닐봉지 금지법이 있다고 한다. 적발된 이는 4년 이하의 징역, 혹은 미화 4만 달러를 내야 한다. 우리 돈 4천만 원이 넘는 현상금이 비닐봉지에 걸려있는 것이다. 케냐 국민의 월 소득이 20만 원이 채 못 되는 걸 생각해 보면 평생 벌어도 못 모을 엄청난 액수의 벌금이다.

 재사용은 제품이나 공간을 수리ㆍ수선, 수거 또는 세척, 제품 전시 및 판매하는 과정을 거쳐 제품에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한다. 원료회수 또한 폐기물의 수거, 선별, 원료가공, 공급의 과정을 거쳐 기존 제품을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거듭나게 한다. 반면에 소각이나 매립에 의한 처리방법은 수거와 처리 또한 상대적으로 단순한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일자리 수의 증가로 이어진다. 가장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재활용방법은 재사용이다. 특히 컴퓨터는 연간 1천톤의 재사용에서 3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컴퓨터의 경우 수거, 부품교체, 세척, 설치 등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지금 도시는 다양한 폐기물로 인한 사회적인 갈등을 다양한 형태로 겪고 있다. 폐기물은 배출한 곳에서 모두 사라지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모든 쓰레기의 최대한의 자원화, 부가가치를 더 높이는 재활용방법, 소비와 생산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생산체계는 바로 재활용도시가 꿈꾸는 자원 흐름체계일 것이다. 20세기 성장시대의 마인드에서 탈피해 도시란,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 도시를 가꾸고 다듬고 관리함으로써 아름답고 깨끗하며 다 함께 살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경관 형성 및 관리를 도시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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