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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 정영애
  • 승인 2018.03.05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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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의 세 번째 저서인 ‘소유의 종말’은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의 트렌드를 명쾌하게 제시한 역작이다. 그는 이 저서에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다. 물건을 빌려 쓰고 인간의 체험까지 돈을 주고 사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밀레니엄 시작 해인 지난 2000년에 출간된 저서이니 시대적 흐름을 간파한 혜안이 돋보인다.

 원제 ‘The Age of Access: 접속의 시대’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소유의 종말’로 다르게 타이틀을 달았다. 접속은 소유의 반대개념이다. 사람들은 소유에 따른 금전적 비용과 의무의 부담을 덜기 위해 소유보다 접속을 선호하는 것이다. 집을 사서 소유하는 것보다 전세나 월세로 렌트하거나, 가전제품, 옷, 중장비, 가구, 장난감 등 렌트가 불가능한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보편화 된 세상이 됐다. 물건뿐만 아니라 애인까지 렌트(?)하는 세상이니 가히 접속의 천국이 됐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시간과 체험까지 상품화해 사고파는 현대인의 삶은 점점 소유가 아닌 공유의 경제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전유물이었던 소유는 지식 정보화 시대를 맞아 접속으로 바뀌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각종 정보는 매스미디어와 사회관계망을 통해 전 지구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인기 연예인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에는 수천, 수만, 수십만 명의 팔로워가 접속한다.

 공유의 세계는 소유경계가 없는 오픈된 공간으로 정보공유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예전엔 특정 부류의 사람들 전유물이었던 사이트가 SNS를 통해 제약 없이 공유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은 열람자의 지식 참여로 새로운 정보들이 출처를 명시한 채 등재되거나 기존 내용에 첨가해 수정, 등재되고 있다.

 바야흐로 지식정보는 제공자(소유자)와 접속자(열람자)의 구분을 애매모호하게 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이 걸린 정보와 상품화된 무형의 지식재산들이 사용권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됐다.(유료이용) 그러나 점차 이런 추세는 무너지고 있다. 누구나 프리하게 접속하도록 개방해 접속자 수의 규모화에 의한 광고수익의 창출형태로 바뀌고 있다. 접속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이용 제한된 지적 재산권보다 오픈된 지식정보가 얻는 광고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에서는 공공데이터를 민간에게 전면 개방하기 위해 690개 정부기관에 대한 전수 자료조사에 착수했다. 공공기관이 소유한 공공데이터를 포털사이트에 정리해서 올려 시민들이 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한 단순한 통계(인구, 재정 통계 등)뿐만 아니라 알짜 데이터를 개방하고 그것을 국민들이 활용하기 위해서 데이터정리방식과 파일형식이 제각각인 공공기관 데이터의 호환성을 높일 것이라고 한다. 기존 공공데이터를 민간데이터와 결합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고, 데이터를 생성할 때는 민간 데이터와 결합과 가공이 손쉬운 파일로 제작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가 공공데이터에 대한 개방정책은 지식정보의 독점에 의한 공공정책의 폐쇄성을 탈피하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개인 생활에의 활용을 손쉽게 유도하는 정보접속의 기회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소유의 개념에서 접속(렌털)의 개념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른바 공유경제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특정 재화나 용역, 지식정보를 공유할 때 지불되는 비용은 소유로 지불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해져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누릴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아파트)투기방지대책도 소유에서 공유의 생활패턴으로 바뀐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소유에서 접속으로의 변화추세는 각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제품과 쉽게 접속하게 해 소유로 인해 지불되는 과비용(명품 소유 등)의 경감은 물론 시대적 흐름이나 트렌드에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의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현명한 소비생활과 균형 잡힌 삶의 유지는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를 얼마나 지혜롭게 사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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