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51 (금)
전통과 현재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전통과 현재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 김성곤
  • 승인 2018.02.27 2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성곤 교육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첫 번째 서유럽여행이다. 가끔 외국 여행을 떠날 때마다 특별히 옷도 사지 않았던 나는, 입던 옷 몇 개와 신던 운동화 2켤레를 챙겼다. 외국 가면 현지식을 먹어서 고추장, 김치 등도 챙기지 않고 가볍게 떠나기에 8일간의 여정을 위한 가방은 무척 가벼웠다.

 유럽 여행할 때 가장 힘든 것 가운데 하나는 역시 비행기 타는 것이다. 몇만 피트 상공에서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야 한다는 것이 여전히 힘들었다. 기내 식사를 먹고 영화를 1편 보고 너무 지루할 때는 비행기 화장실에 가서 몸풀기 체조를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이스탄불공항에서 다시 로마를 향해 출발, 다음날 오전 로마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로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탈리아 중부, 움부리아 지방 언덕 위의 중세도시 오르비에또로 향했다. 쿠니쿨라를 타고 오르비에또로 올라가는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형마트도 없고 편의점도 없는 돌로 만든 1천년이 넘는 길을 걸으며 나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경험했고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1천년이 넘는 건물을 바라보며 지금의 삶의 무게가 오래된 건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듯 아무렇지도 않고 하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래된 집들 사이로 가게들이 보였는데 호객행위도 없고 그냥 자신의 일들을 묵묵히 할 뿐이었다. 그래서 오르비에또는 더 멋있어 보였다. 관광지답지 않게 커피는 1유로 빵도 종류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긴 해도 1.5유로면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마을들은 대부분 동네 중심에 시계탑과 성당을 세워놓았다. 오르비에또에서 100년 됐다는 카페에 들어가 빵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대성당을 둘러보고 와인도 한 병 샀다. 오르비에또에서 다시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는 시내가 발아래 펼쳐져 이 또한 장관이었다. 오르비에또에는 멋진 풍경 못지않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여 좋았다. 그 오래된 건물만큼이나 오래 봐도 오래 생각해도 질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좋았다. 비행기를 오래 탄 덕분에 모두들 피곤해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호텔에 들어갔다.

 이태리에서는 아침을 간단하게 빵과 커피 정도로 먹는다고 했다. 워낙 실속여행이기도 했지만 아침 식사는 여행 내내 소박했다. 가이드 말씀으로는 이태리여행은 다이어트 여행이라고도 했는데 과식보다는 좋았다.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두 사람이 여행 가방을 가지고 타면 될 만큼 작았는데 건물을 헐지 않고 계단이 있던 자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서 그렇단다. 웬만하면 건물을 잘 보존해 고쳐 쓰는 이탈리아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작은 것은 그 호텔만 그런 것은 아니었고 밀라노에 있는 새로 지은 호텔 외에는 모두 다 그랬다. 그래서 우리들은 조금 더 일찍 서둘러 짐을 챙겨야 했고 짐만 엘리베이터에 싣고 사람은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알뜰한 면은 창문에 친 차양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나는 2월에 다녀와서 잘 느끼지 못했지만 가이드 안내에 따르면 여름은 엄청난 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이런 무더운 여름이 찾아와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어컨 없이 지내는 가정도 많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집 창문 밑 에어컨 실외기보다 차양이 훨씬 더 많았다.

 다음날 오전 찾아간 곳은 콜로세움이다. 콜로세움으로 가는 길 유럽여행에서 불편한 것을 꼽으라면 화장실과 물이다. 유럽의 어느 황제가 세금이 부족해 화장실 세금을 거두기 시작한 후부터 화장실 사용료가 생겼다는데, 물을 사 먹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이 없어 물을 마구 먹기도 곤란하다. 버스를 타고 1시간쯤 갔을 때 신호가 왔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 것을 참다 참다 가이드에게 얘기를 했고 가이드는 가는 길에는 화장실이 없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콜로세움에 가도 화장실에 가려면 20분 정도 걸어서 가야 한다 했다. 단체여행이라 시간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데 난감한 일이다. 콜로세움에 거의 다 왔을 무렵 편의점 같은 작은 가게를 발견하고 가이드의 안내로 편의점 화장실을 사용했다. 가게 주인은 화장실을 사용한 후 돈을 주겠다는 저에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고 웃는 모습이 어찌나 밝은지 이태리의 햇살만큼 인상적이었고 고마움에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친절한 그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파스타를 먹으러 가는 길 우연히 만난 이탈리아 국민차는 작아도 너무 작았다. 우리가 신기해하자 주인이 한번 타 보라고 해 일행 가운데 할머니 한 분이 시승했다. 나는 밖에서 차 내부를 봤는데 별다른 장식은 없고 내부는 넓게 해 4명이 앉을 수 있게 했다. 이탈리아를 오기 전 나는 패션 도시 밀라노 등을 떠올리며 화려한 나라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내가 경험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소박했고 전통과 현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