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돌아온 사람
바다로 돌아온 사람
  • 이주옥
  • 승인 2018.02.2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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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작곡가 윤이상이 지난 25일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추웠던 겨울을 보내며 어느 해보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즈음, 봄바람처럼 서늘한 소식이다. 그가 만든 음악의 제목처럼 나비 한 마리가 꿈을 싣고 고향 하늘을 날기 위해 오는 것일까.

 통영 출생인 작곡가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간첩이란 이름으로, 오랜 세월 낯선 타국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서독과 통일 후 독일에서 활동한, 대한민국 출신의 현대 음악 작곡가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기타리스트, 첼리스트다. 동양의 정신이 충만한 독특한 색채의 선율로 현대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생전에 ‘현존하는 현대음악의 5대 거장’으로 꼽혔다.


 윤이상은 천재적 재능과 자신의 열정으로 음악 작업에 열중했으나 사상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제재를 받음으로써 창작 활동은 자유롭지 못하고 타국에서 떠돌며 낯선 나라에서 외로운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결국 그의 작품은 그곳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고 명성을 얻었다. 그의 대표작 ‘나비의 꿈’은 오페라 무대에까지 오르는 수작이 됐으며 아울러 대한민국에 대한 위상도 날렸다. 하지만 여전히 귀국의 벽은 높았고 그의 외로운 타국생활은 길었다.

 사람에게 남달리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은 삶의 튼실한 자양분이며 그 삶을 꾸려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예술이라 불리는 그림이나 글, 연주 분야는 후천적인 노력도 노력이지만 타고난 천재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윤이상 선생도 가난한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에게 뒷바라지도 못 받고 열악한 환경에 재능을 개발할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재능을 스스로 발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욕구와 열정이 있었기에 어려운 조건에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술가의 길은 무엇보다 험난하다. 물리적인 배고픔도 견뎌야 하고 그 분야의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버티기 힘든 점도 있다.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기도 어렵다. 예술가들은 무한한 영감과 자유로운 영혼이 우선 돼야 하기 때문에 남다른 사고를 하고 행동하기 쉽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기질이라고 말하며 때로는 경외감을 갖거나 혹은 기인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도덕적, 물리적 틀에 얽매이거나 멸균적인 공간에 갇혀서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면 예술은 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식처다. 그가 타국에서 명성을 얻고 창작 활동은 자유로웠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대한민국은 언제나 아픔이고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제재였기에 그만큼 그리움은 더 깊게 자리하지 않았을까. 수없이 고향을 그리고 귀국을 바랐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지난 1995년 독일에서 정한 목숨을 다했다.

 예술가는 본인의 이름 석 자보다 작품으로 더 많이 평가되고 기록돼야 하지만 그의 사상과 이단적인 행보로 인해 자국민들에게는 공감을 주지 못했다. 그가 만든 수많은 작품들은 세계 곳곳에서 인정받고 환호를 받았지만 고국과의 삼엄한 대치상태였던 그에게 완전한 행복을 안겨주지는 못했으리라. 국가적 차원의 너그러움인지, 가족들의 염원을 수용한 것인지, 그가 고국을 떠난 지 49년, 세상을 떠난 지 23년 만에 고향인 통영으로 귀환을 한다고 한다.

 내게 통영은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곳으로 남겨두고 있는 곳이다. 따스한 어느 봄날 불현듯 찾고 싶은 고장으로 남겨 뒀기에 그의 귀환 소식은 남다르다. 윤이상의 이름 또한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였다. 천재적인 작곡실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모국에서는 간첩으로 인식돼 발 디딜 수 없었던 사람, 윤이상. 그의 작품 ‘나비의 꿈’처럼 그저 틀에 갇힐 수 없는 나비처럼 훨훨 자유롭게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을까. 그가 돌아와 누운 통영의 봄 바다를 그려본다. 타국에서 고국과 고향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깔아둔 채,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타국에서 죽음을 맞이한 한 예술가. 이제 그의 육신도, 그의 음악도 봄날의 물비늘이 돼 통영 바다 위에서 눈부시게 반짝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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