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2:45 (목)
“쌀누룩 소금ㆍ요거트ㆍ젓갈 만들어 쌀 소비 촉진하죠”
“쌀누룩 소금ㆍ요거트ㆍ젓갈 만들어 쌀 소비 촉진하죠”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8.02.27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목! 이 기업
함안 ‘누룩공방 배나무실’
▲ 좌측부터 누룩공방 배나무실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우아한 쌀누룩 젓갈’, ‘상냥한 쌀누룩 소금’, ‘다정한 쌀요거트’, ‘쌀누룩’.

2016년 공방 설립ㆍ블로그 주문

일본서 균 들여와 제품 생산

‘배나무실’ 마을 브랜드화 앞장

박 미 희 대표

“더 다양한 누룩제품을

만들어 전통 지키며

건강까지 책입집니다 ”

 누룩으로 소스와 요거트를 만든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조합이다. 일반적으로 누룩이라 하면 술을 빚을 때 쓰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술 대신 젓갈과 소금, 요거트를 만드는 이색적인 곳이 있어 찾아가 봤다. 그곳은 함안에 위치한 ‘누룩공방 배나무실(누룩공방)’이다. 뒤에 배나무실이라는 이름을 별도로 붙인 이유는 공방이 위치하고 있는 이곡1리를 옛날부터 배나무실이라 불렀기 때문이다.

▲ 박미희 대표.

 누룩공방은 누룩이라고 해서 아무것이나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쌀누룩만을 사용하고 있다.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미희 대표는 쌀누룩이 가진 발효의 장점을 이용한 쌀 소비 촉진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곡리 이장을 맡았을 때 쌀 소비가 촉진돼야 하는 필요성을 많이 느꼈죠. 2012년 처음 쌀누룩에 관심을 가지고 만들기 시작했을 때 쌀누룩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막막했어요. 쌀이 풍족하게 나는 이 나라에서 쌀누룩을 제대로 만드는 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생각했죠.” 박 대표가 운영하는 누룩공방은 지난 2016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2012년 그가 쌀누룩에 한창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는 요리에 조예가 깊은 딸 덕분이었다. 그의 딸은 그 날 일본에서 방영하고 있는 한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누룩으로 만든 ‘누룩소금’을 보게 된 것이다. 그것을 신기하게 느낀 그의 딸은 그에게 누룩소금을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누룩소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누룩이 주재료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것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들은 일본이 누룩소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원어로 쓴 요리책과 ‘누룩의 과학’이라는 전문서적도 사들였고, 심지어 누룩소금 만드는 법을 알고 있는 일본 본토로까지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 ‘다정한 쌀요거트’

 “우리나라에 이화곡이 자취를 감췄다 보니 전통의 명맥이 끊어져 버렸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발품 팔 수밖에 없었죠. 이화곡이 첨가되는 것은 막걸리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막걸리는 밀누룩과 각종 첨가물을 섞은 것이다 보니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이화곡은 누룩을 의미하며, 이것으로 만든 술이 이화주다. 이화주는 고려시대 때부터 문헌으로도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됐으며 ‘배꽃이 한창 피었을 때 담그는 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빛깔이 희고 죽처럼 걸쭉해 물에 타서 마시거나 숟가락으로 떠먹는 우리 전통 술 중 하나다. 특히 이 술은 도수가 낮고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켜주기 때문에 생후 6개월이 지난 영아들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군인들이 전쟁에 활용할 목적으로 우리나라 쌀 공출을 멋대로 했고, 그 과정에서 집집마다 술을 담가 먹을 수 없게 됐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쌀보다 값싸게 구할 수 있는 화학 알코올이 든 소주나 밀누룩으로 담근 술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쌀누룩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밀누룩에 비해 쌀누룩은 형태를 잡는 것부터 보관하는 것까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발로 꾹꾹 밟아 수분 발란스만 맞춰주면 되는 밀누룩에 비해 쌀누룩은 손으로 일일이 계란 형태로 빚어야 하는데 굳는 과정에서 깨지거나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아플라톡신 등 유해균까지 증식되는 것을 목도했다.

 박 대표가 도중에 포기했다면 현재 공방을 운영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한 종편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본을 배경으로 누룩소금을 만드는 내용이 방영됐고, 그것을 지켜본 그는 딸에게 연락을 했다. 그의 딸은 방송국을 수소문한 끝에 누룩소금을 만드는 곳을 직접 찾아가 그 비법을 알아 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 ‘우아한 쌀누룩 젓갈’과 ‘상냥한 쌀누룩 소금’

 “제가 현재 만드는 방식은 일본의 방식을 가지고 온 것이지만 쌀은 100%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으로만 쓰고, 제가 장기간 연구한 비법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일본을 직접 가보니 정말 놀라웠던 것 중 하나가 장인정신으로 누룩소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도 놀라운 점 중 하나예요.” 밀에 글루텐 성분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은 발효식품과 쌀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어오고 있는 일본 제빵사 와타나베 이타루가 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에 따르면 제빵사가 되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과정을 장기간 반복하다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일화가 소개돼 있을 정도다. 또한 의학계에서도 생후 6개월 아이에게 쌀이유식을 반드시 권고하는 이유 역시 글루텐이 알러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누룩공방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누룩소금과 누룩젓갈, 누룩요거트, 쌀누룩이다. 시중 판매되고 있는 소금은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곳의 소금은 액체형태로 돼 있으며, 소금 고유의 짠맛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노란빛을 띠고 있는 누룩젓갈 역시 짠맛과 군내가 나는 젓갈 고유의 맛을 품고 있지만 뒷맛은 시원하고 담백하며, 식혜처럼 밥알이 동동 떠 있는 요거트는 설탕을 전혀 첨가하지 않아 담백한 단맛을 가지고 있어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어린아이들이 매일 먹기 그만이다.

 “누룩소금과 젓갈은 국이나 찌개, 김치를 만들 때 이용하면 감칠맛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어요. 맛은 두말할 것도 없죠. 젓갈의 경우 뜨끈한 밥에 비벼 먹으면 그만이고, 집에 보관하고 있는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 쌈장 등에 섞어 새롭게 간을 해 먹으면 더 맛있어요. 고기요리에 쓰면 고기가 연해지고 촉촉해지며, 면 요리에 첨가하면 육수와 잘 어우러지고, 생선요리는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더 촉촉하고 부드럽게 해주죠. 정말 활용도가 높죠?” 박 대표는 쌀누룩 하나로 쌀소비 촉진은 물론, 배나무실이라는 잊혀져가는 마을 이름을 동시에 살리고픈 소원을 담고 있었다. 또한 새로운 제품개발에도 열과 성의를 다할 것임을 언급했다.

 한편, 누룩공방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은 자체 블로그를 통한 전화 주문은 물론 e경남몰을 통해 구입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