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압적 갑 문화, 문화예술계만 있는 게 아니다
폭압적 갑 문화, 문화예술계만 있는 게 아니다
  • 오태영 사회부국장
  • 승인 2018.02.25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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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사회부 부국장

 문화예술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성추문 파문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최근 주춤했던 갑질에 대한 반란이 재개된 점이다. 땅콩 회항 사건, 육군 대장 부인의 갑질, 육군 39사단장의 공관병 갑질, 입주민의 아파트 경비원 모욕 행위 등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들의 만행이 계속 폭로돼 왔다. 미국의 미투운동에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이번 문화예술계의 연이은 성추문 고발은 구조화된 고질적 갑질에 대한 반란이다. 연예계는 오래전부터 성 상납이 문제 돼 왔다. 배역을 미끼로 성을 갈취하는 관행이 일부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횡행했던 게 사실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는 순수예술을 하는 소위 개념 있는 지식인들로 치부돼 왔다. 연예계 이웃에 있는 문화예술계는 이런 이유로 성추문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민망할 정도로 순진했다.

 문화예술계의 성추문에서 특히 놀라게 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널리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는 점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동료, 문하, 제자들 사이에서 대응 매뉴얼이 나올 만큼 상습적인 성폭행이 이뤄졌음에도 참고 견뎌야 했던 배경이다. 극장을 가진 자나 연출가, 극단대표, 유명 문화예술은 그들 집단에서는 거대 권력이다. 배역을 얻고 문단에 등단할 기회를 얻으려면 이들의 눈 밖에 나서는 곤란하다. 아니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다른데 취직하면 그만이나 문화예술계에서는 영구 퇴출을 의미한다. 구조화된 상습적 만행이 가능한 토대는 이런 문화예술계의 폐쇄성이 만들었다. 이윤택 감독의 사과 리허설에서 볼 수 있는 뻔뻔함은 그 폐쇄성과 무뎌진 윤리 감각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 주목할 점은 보수가 잘못을 할 때는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던 이른바 시민사회단체의 침묵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이념적 편향성은 자기편에는 놀라울 만큼 관대하다. 패거리 의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윤리의식이 성추문도 외면할 수 있을 정도라면 시민사회라는 이름은 지워야 마땅하다.

 최근 여검사와 문화예술계의 미투는 우리 사회의 성추행, 나아가 갑질 만행이 영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예술계의 성추문 파문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금력, 권력, 영향력, 집단의 힘을 무기로 한 개인의 삶과 게임의 룰을 파괴하고 왜곡시키는 사례를 우리는 익히 봐왔다. 최근 한 20대는 1년 계약직으로 취직했다.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이 계약직이다. 정규직에 비해 임금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도 3개월은 수습이라 해 30%의 임금을 적게 준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꿈 많은 젊은이를 사회 첫발부터 짓밟는 잔인한 짓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서슴없이 해대는 것이 요즘이다. 사립학교 교사로 취직하려면 수억 원을 내야 한다. 그것도 40대 중반까지 정규교사로 채용하지 않는다. 이사장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교사를 걸러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살아남기 위해 맹목적인 충성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자리를 던져주고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울산에서 특정 재벌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생산라인에 자녀를 취업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한다. 얼마나 당연한 일인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에게 바보라고 한단다. 다른 직장도 그런 줄 알고 왜 아들을 아버지 직장에 취직시키지 않느냐고 되묻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거대권력이 된 노조의 힘이 낳은 일자리 세습이다.

 우리나라는 고비 때마다 아래로부터의 저항으로 한 단계씩 성숙된 민주사회로 나아갔다. 3ㆍ15의거, 4ㆍ19혁명, 부마항쟁, 6월항쟁,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렇다. 이것들이 폭압적 정치 권력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최근의 갑질 만행에 대한 폭로와 미투는 우리 사회 전반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폭압적 각종 권력에 대한 반항이자 개혁의 목소리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정치 권력과 사법 권력은 갑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그들은 개혁돼야 할 갑이자 이 세상의 온갖 갑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검사 성추행 폭로와 문화예술계의 미투가 우리 사회의 폭압적 갑들을 척결하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시민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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