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3:29 (목)
심장병 환우와의 10년
심장병 환우와의 10년
  • 이영신
  • 승인 2018.02.25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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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신 진주선학 로타리클럽 20대 회장 약수

 팜 티 흥타오. 그 아이와의 인연의 시작은 지난 2008년 1월 진주선학 로타리클럽과 경상대학교병원이 제8차 해외의료봉사를 실시한 베트남 타이빈성에서였다. 의료봉사의 마무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파리한 얼굴색의 소녀와 허름한 차림새의 백발 아버지가 한국 의료진에게 그 아이의 현재 상태에 대한 확실한 진단을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심장기형으로 인해 심장 수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진단 하에, 봉사 현장에서 경상대학교병원이 수술 경비지원을, 진주선학 로타리클럽이 초청 관련 경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국내 초청 수술이 결정됐다.

 입국 서류준비 과정에서 허비된 시간과 비행기 도착 일자 전달 과정의 실수까지 겹치는 등 그들 부녀의 한국입국 과정은 어려웠지만 도착 후 경대병원의 선진화 된 의료능력과 협조 덕분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베트남으로 돌아간 후,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메일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살폈고 그 과정에서 입학금 때문에 대학 진학 여부를 고민하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침 지난 2011년 의료봉사가 라오스에서 실시돼 비행기 환승을 이용해 아이에게 대학 입학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하노이에서 120㎞ 떨어진 아이의 집에 가던 중 동네를 앞두고 길이 사라져 난항을 겪었지만 현지인의 도움으로 택시를 바지선에 싣고 강을 건너는 등 어려움을 겪고서야 겨우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아이의 대학등급과 학업성적으로는 취업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고 취업을 하더라도 호구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선진경제 체험과 한국어 능력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난 2013년 경상대 어학원으로 1년간 강제 초청 교육을 했다. 1년이라는 단기간에 높은 단계의 한국어 능력 성취를 위해 매일 달성도를 체크하는 등의 강행군을 해 괄목할 만한 실력을 성취하고 아이는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지난 2015년 졸업 후 한국계 기업에 취업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고 급여 수준이 평소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아서 가난한 가계를 지속해 왔던 부모님께서 평생 처음 이웃에게 돈을 빌리지 않고 명절을 지냈다는 감사의 글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식에 부모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지만 올해 해외의료봉사가 지난 1월에 하노이로 예정돼 우리 부부의 결혼식 참석보다 신혼부부의 의료봉사에 통역 자원봉사자로 참여를 권유해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3박 5일 동안의 해외의료봉사 현장에서 통역자원봉사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가진 타오 부부가 지금까지 받았던 사랑을 조금씩이라도 이웃에게 나눠주는 생활을 시작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해서 봉사단원들의 의미 있는 박수를 받았다.

 타오와 보낸 10년 세월이 그녀의 삶만이 아닌, 나의 인생길에도 많은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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