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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선거용’ 도정 의구심 늘어 가는데…
경남도청, ‘선거용’ 도정 의구심 늘어 가는데…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25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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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경남지사 ‘권한대행께 드리는 공개 경고문’은 ‘신문고’나 다를 바 없다. 권한대행의 역량과 처신에 대한 비판도 그렇지만 경고문에서 밝힌 ‘의심’을 전제로 한, ‘선거용’ 도정 논란은 예삿일이 아니다. 진위 여부에 따라 엄청난 파문에 휩쓸릴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집권당 연찬회에 참석, ‘총선 필승’을 건배사로 외쳐 문제가 된 바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여부에 앞서 선거에 관여하는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으로 부적절했다.

 그런데 시공을 초월, 일상적 업무를 수행해야 할 도정 운영이 선거용으로 의심받는 등 정치 행위로 비쳤다는 것만으로도 중대사다.

 한경호 권한대행은 지난해 8월 17일 경남도행정부지사에 취임했다. 당시 광역단체라지만 인구 20여만 명인 세종시 부시장에서 경남도 행정부지사로, 전국에서 규모 급인 350만 경남도 권한대행은 세종시의 부시장으로 맞트레이드 된 후 ‘금의환향과 유배설’이 회자됐다.

 또 얽히고설킨 뒷말이 도청을 도배할 정도였다. 이 때문인지 취임 이후 7개월을 되돌아보면, 도지사 코스프레 그 자체였다. 경남도정은 바삐 움직였고 색깔론마저 묻힐 정도로 열정의 대담함은 감복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정에 쫓기는 듯 속도전 행적이 켜켜이 쌓이면서 수군거림이 울림으로 변했고 대변한 게 ‘경남지사 권한대행께 드리는 공개 경고문’으로 풀이된다.

 수차례 직언 등을 귓등으로 흘려들은 게 공개비판을 자초한 원인이겠지만, 줄곧 강조한 소통은커녕, 지시로만 채워진 도정운영의 결과에 있다. 권한대행으로서의 책무인 ‘도정의 안정적 운영’을 뛰어넘은 과단성은 다양한 장르의 혼합을 볼 수 있는 1인극으로 치부되는 등 직원은 물론, 도민의 선택도 없는 모노드라마 현장이었다. 불시방문을 통보, 직원들을 당황케 하고 장소와 외부인을 마다하지 않고 직원무능을 야단치기 일쑤인 것도 동행과는 먼 거리였다. 오죽하면 상반기 정기인사가 끝난 이후, 도청의 울림은 권한대행, ‘이제는 끝났다’로 매듭지어졌다.

 지방선거로 새 지사가 선출되면 교체되거나 직원을 옥죌 수 있는 인사는 손도 못 대기 때문아다. 또 옳은 듯 보이지만, 지방선거에 앞서 이ㆍ동장을 도청으로 초치, 공명선거를 당부한 것도 이례적이다. 각종 위원회구성에 따른 임명장과 위촉장 남발, 격을 가리지 않는 행사 참석 등은 궤적에 따라 도지사 또는 진주시장에 이어 사천시장출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서부권 왕래도 잦다. 또 남부내륙철도 조기착공 건의는 시도 때도 없다. 청와대를 찾아서, 대통령의 대우조선 방문 때도, 국토부 장관에게 건의한 것에 이어 대행이 구성한 100인위원회도 건의키로 하는 등 ‘건의 홍보’ 일색이다. 이에 도민들은 지난 1966년 착공한 후, 반세기가 넘은 카드를 자주 꺼낸 것에 대해 ‘선거’ 때를 들먹인다. 따라서 도를 대표, 임팩트 있게 한 번이라도 제대로 건의하면 될 것을 과거 반복형마냥 잦아 진정성과는 달리 선거용으로 읽힐 수도 있다.

 또 논란은 권한대행께서 정치 또는 일신 등 꼭짓점에만 집중해 치적 쌓기, 선심용 행정, 즉흥적인 일 처리, 직원 윽박지르기 등의 우려에도 세상이 달라 보일 정도의 컬러배스효과(color bath effect)에 빠진 듯, 몰입했기 때문으로 느껴진다. 이는 정치 또는 관료로의 일신 영달 등이 그 원인이란 게 도청 언저리에서 나도는 말이다. 또 경남도청직원들은 취임 때 강조한 소통이 지금알고 있는 ‘일방적 지시’란걸 “그때도 알았더라면”하고 빈정대지만 떠날 때를 생각, 부끄러움이 없는 일 처리를 당부한다. 혹자는 노조위원장 공개비판이 과하다지만 만고의 진리인 직언을 헛들은 게 문제이고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저항 동력을 잃어버린 채 스스로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춘추좌전’은 무도한 지도자를 쫓아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다. “하늘이 버린 몸을 누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겠는가(天之所廢 誰能興之).” 하늘은 백성을 통해 군주의 선악을 판단하고 신상필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그래서 백성은 물이고, 군주는 배이며, 물은 배를 뜨게 할 수도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고…. 지금, 경남은 위기다. 경제는 허리가 꺾인 상태여서 누구든 입방정만 떨 때가 아니다. 실종된 경남 동력을 되살리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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