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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골목상권ㆍ소상공인이 대안이다
도시, 골목상권ㆍ소상공인이 대안이다
  • 이덕진
  • 승인 2018.02.21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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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진 문화학박사 동의과학대 교양 교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컴퓨터 학자이자 교육자인 앨런 케이의 유명한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는가. 도시의 확산을 막아 인구 유출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돈을 눈앞에 내보이면서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막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일도 없고 재미도 없는 지방에서 젊은 사람이 참고 계속 살 것 같지는 않다.

 문명의 진전은 편리성 추구에 발맞춰 가속됐고 과학기술도 비즈니스도 시간의 단축에 초점을 맞췄다. 자동차의 발달도, 기차도,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대형 쇼핑센터도, 공장의 자동화도 결국 시간 단축을 추구한 결과다. 공급자도 소비자도 계속해서 시간 단축을 추구했다. 문명의 진보란 정말이지 시간을 압축하는 역사였다. 공급자는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서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효율화를 추구했고, 소비자 또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동이나 쇼핑 시간을 단축하고 남은 시간을 여가로 충당하고 있다. 여가의 출현은 사람들이 먹기 위해 살아가는 시대에서 즐기기 위해 살아가는 시대로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여가가 국민 복지의 중요한 분야를 차지하게 됐고 고복지 시대에 여가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단순히 경제적 충족에 머물지 않고 심신 모두 풍요로운 생활을 보내는 데 빠트릴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이제 제도나 규칙으로 사람을 특정 지역에 묶어두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움직이는 요소로는 세 가지가 있다. 재미가 있는가. 맛난 것이 있는가. 멋있는 것이 있는가이다. 유럽에서는 ‘H2R’이라고 불린다. H는 휴머니즘, 그러니까 인간적인 재미이고 두 개의 R은 로맨티시즘과 리얼리즘, 로맨티시즘은 멋이고, 리얼리즘은 맛이다. 이런 심리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는 공공교통으로 연결해 주고 주거지역은 주민들이 생활습관을 걸어서 생활할 수 있는 거리와 골목상권을 만들어야 한다. 교외 개발을 억제해 시가 중심부에 사람, 물건, 돈의 기능을 집약되도록 한다. 이것이 세계 도시들이 장려하기 시작한 ‘콤팩트시티’ 아이디어다. 공공교통으로 사람을 중심부에 모아 걸어서 생활할 수 있는 콤팩트시티를 구현한다는 개념이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나이키와 인텔 본사가 있는 인구 53만 명의 도시이다. 포틀랜드가 대전환을 맞은 것은 지난 1979년이다. 불경기로 주택 건설업이 침체하면서 주력산업이던 임업이 타격을 받았다. 포틀랜드시는 당장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됐다. 경제 활성화와 자연의 난개발 방지였다. 포틀랜드는 원래 풍부한 하천과 계곡, 대자연의 축복을 받은 도시였지만 난개발로 수질오염과 대기오염, 쓰레기 처리 문제가 대두됐다. 경제개발과 자연보호를 어떻게 양립시킬까. 한 가지 새로운 개념을 적용해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도시 성장 경계선’이라는 개념으로, 20년 후의 인구 예측에 기초해 도시 성장을 계산한 뒤 개발할 수 있는 영역에 선을 그은 것이었다. 경계선을 만들면 난개발과 무계획한 도시 확대를 막고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다.

 골목상권을 만들려면 소상공인들의 사업과 마을기업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소상인이란 반드시 장사나 소규모 비즈니스를 의미하지 않는다. 즉 규모가 크냐 작으냐가 아니라 방식을 문제로 한다. 간단히 말하면 우상향으로 계속 성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정 고객을 중시하면서 꾸준히 사업을 지속시켜가는 방식이다.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 혹은 지렛대 효과라고도 한다.

 소상공인 기업과 마을기업은 확대보다는 계속 존속하는 데 우선을 두는 장사다. 소상인의 효용을 알기 위해서는 소상인의 시대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는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도 그 시대로 단번에 돌아갈 수 없다. 다만 그 시대를 움직이고 있던 원리를 끄집어내 그 원리가 어떤 것인지 점검하고 그것을 현대에도 가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사업 방식,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낸 팀워크,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 경영자의 신념이 소상인 적인 휴먼 스케일을 축으로 구성돼야 한다. 제품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정성껏 만들어내는 생산 라인, 그것을 고객에게 보내 신뢰와 만족도를 피드백시키는 시스템이다. 확대보다 지속을, 단기적인 이익보다 현장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노동의 의미나 기쁨을 음미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삶의 긍지로 이어져 날마다 직장에서 작은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의 도시와 경제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사회는 성숙형으로 향해 있음에도, 현실은 그것과 동떨어진 발전도상형의 경제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성장 전략’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그 생존 전략이 바로 ‘소상공인 사업’, ‘마을기업’이다. 소상인 적인 경영이야말로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헤쳐 나갈 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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