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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곤충은 미래 먹거리ㆍ6차산업 ‘결실’이 될 겁니다”
“식용곤충은 미래 먹거리ㆍ6차산업 ‘결실’이 될 겁니다”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8.02.20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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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집&멋 집 양산 파브르카페 <대표 정재균>
▲ 정재균 대표

작년 3월 오픈ㆍ‘장수풍뎅이 빵’ 인기

명곡동 굼벵이 농장 10년째 운영

올 하반기 ‘日 국제식품박람회’ 출전

"6차산업 자리 잡기 위해선

농민들의 공동체적 화합 통한

정보ㆍ노하우 등 공유돼야 해"

 식용곤충과 6차산업. 왠지 매치가 잘 되지 않는 두 단어다. 그러나 이 단어를 통해 오늘도 희망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처럼 곤충에 온 열정을 다하고 있는 정재균 파브르 카페 대표는 자신이 직접 기르고 있는 식용곤충이 자신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까지도 밝게 만들어줄 것임을 의심치 않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전 세계가 식량과의 전쟁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식용곤충은 가장 먼저 치열한 식량 전쟁 속 최고의 미래 먹거리로 뜨겁게 부상하고 있다.

▲ 양산시 북정동에 위치한 파브르카페에서 판매돼 특허까지 낸 장수풍뎅이 모양 빵.

 “남들은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곤충을 왜 좋아하느냐고 타박부터 하는데 곤충은 저에게 어린 시절 최고의 장난감이자 향수예요. 합천이 고향인데, 산으로 들로 나가면 장수하늘소나 풍뎅이, 사마귀, 여치 같은 것들이 지천에 깔려 있었잖아요. 그것들을 잡아서 친구들과 싸움도 시켜보고, 불에 볶아 먹어보기도 하고, 왠지 운명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어요.”

 정재균 파브르카페 대표는 장수풍뎅이 모형 빵과 초콜릿, 비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 카페는 지난해 3월 63평 규모로 양산 북정동에 오픈했으며, 인터넷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양산의 핫한 명소로 많이 알려졌다. 장수풍뎅이 모양의 빵과 초콜릿을 커피와 맛볼 수 있다는 점과 토끼나 장수풍뎅이 등 동물과 곤충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특색을 갖고 있어 특히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일본과 한국에서 지난 2015년과 2016년 장수풍뎅이 등 모양을 낸 빵과 초콜릿 등 디저트에 대한 특허가 각각 완료됐다. 특히 일본은 현재까지 2조 5천억 원 규모의 거대한 곤충 시장까지 형성돼 있다.

▲ 양산시 북정동에 위치한 파브르카페에서 판매돼 특허까지 낸 장수풍뎅이 모양 초콜릿, 비누.

 정 대표는 10여 년 전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결심 한 가지로 양산에 정착한 귀농인이다. 그의 주변 지인들은 그가 합천 출신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곳으로 귀농을 할 줄 알았다고 한다. 그가 양산을 선택한 이유는 울산과 부산 등 대도시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6차산업을 하기 가장 알맞은 지역이라 판단한 것으로, 이곳에 최종적으로 정착하기 전 정 대표는 경남권에서 6차산업을 하기 알맞은 장소를 직접 발품 팔아 다녔다.

 “6차산업이 현재 국가가 크게 장려하는 산업 중 하나죠. 많은 농민들이 6차산업으로 농가 소득을 불리고 싶어 하지만, 농사를 직접 짓는 사람 입장에서는 6차산업을 하기 굉장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1차는 사육과 생산, 2차는 가공, 3차가 체험과 판매 등 이렇게 구조가 구성돼 있는데, 한 사람의 농민 그리고 한 농가가 이것을 전부 해내기 위해서는 자본을 비롯한 인프라 구성까지 어마어마한 노력이 투자돼야 한단 말이죠. 저의 경우 1~3차까지 다 경험한 바 있습니다. 해보고 나서 느낀 점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양산 명곡동에 굼벵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사람들에게 굼벵이를 보고 만지는 것으로 곤충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친근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 체험학교도 운영을 했지만,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이왕 시작한 귀농생활 남들보다 멋지게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정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4년가량 경기도부터 시작해 제주도까지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6차산업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 왔다고 한다.

▲ 양산 파브르카페 전경.

 처음 정 대표는 귀농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다른 것들도 차근차근 잘 진행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귀농을 해보니 크고 작은 어려움과 문제점을 느꼈다. 6차산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도 이때부터다.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날 선 경계에 부딪혔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자신의 노하우나 경험 등을 특히 귀농한답시고 찾아온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농민들이 같은 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서로 교류를 하면서 정보도 공유하는 것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죠. 그런 후 기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보다 더 발달된 경험을 얻는 것으로 상품이나 아이디어를 발달시켜 자신만의 브랜드나 무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이 도용할까 봐, 경쟁상대가 될까 봐 등의 염려를 하는 것도 잘 알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활하면 결국 정부가 장려하는 6차산업을 선도할 수 없잖아요.”

 정 대표는 경기도와 전라도가 농사에 있어서는 경남을 앞서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곳은 사업성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니 크게 성장한다는 느낌도 받았고, 농민들 자체도 의식이 많이 깨어있는 분위기를 갖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6차산업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정 대표는 식용곤충을 꺼리는 풍토에 대한 고민을 더 크게 하고 있었다. 당초 파브르 카페는 식용곤충 가루를 넣은 디저트를 팔기 위한 목표로 설립했는데, 곤충 가루를 넣었다는 사실을 손님들에게 털어버리자마자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먹지 않겠다’, ‘이런 것 팔지 마라’ 등의 혹평을 들어왔다.

 “몇 달 전 포항에 살고 있다는 한 손님이 아들과 함께 카페를 방문했는데, 손님에게 굼벵이 가루를 조금 넣은 빵을 드셔보겠냐, 권유를 하니 먹기는 싫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이 카페를 오픈했을 당시 손님들에게 굼벵이 가루를 넣은 빵이라고 안내부터 하고 드렸더니 싫은 내색을 하는 손님들이 많아 지금은 디저트에 굼벵이 가루를 넣지 않습니다. 농장에 체험학교를 운영할 당시만 해도 굼벵이를 볶아서 손님들에게 무료로 시식해보라고 권유까지 했었는데 비위생적이고, 몸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야유를 듣고 상심하기도 했죠.”

 정 대표는 디저트에 굼벵이 가루 0.5g을 첨가해 만들었다고 전했다. 첨가를 해도 빵 맛이나 초콜릿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긴 모습이 혐오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실제로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 한방 서적에는 굼벵이의 성충인 흰점박이 꽃무지와 갈색거저리 등 식용곤충을 약재로 사용한다고 기록돼 있고, 이들 곤충은 단백질과 지방,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특히 간 기능 회복에 탁월하다는 결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카페에는 식용곤충 가루가 함유된 디저트를 팔지 않지만, 양산삽량문화축전 등 축제를 다니면서 곤충 가루가 든 빵을 내 논 적이 있었어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는 호응이 정말 좋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체 푸드트럭을 몰고 축제를 다니면서 식용곤충을 선전해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올 하반기 일본에서 개최되는 국제식품박람회에도 참석할 계획이죠. 한국도 식용곤충에 관심이 많다는 것과 6차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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