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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관통한 삶ㆍ자연, 빛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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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태희 기자
  • 승인 2018.02.08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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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사 이준 作 `삐에로`.

`빛의 향연` 이준 상수 기념

경남도립미술관 전시회

구상에서 자유추상까지

점진적 변화의 흐름 관찰

 경남의 1세대 서양화가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인 남사 이준 화백의 예술세계가 조명된다.

 경남도립미술관은 8일 `빛의 향연 - 이준 상수 기념전` 개막식을 열고 오는 5월 16일까지 전시를 개최한다. 한국에서 100세를 맞이하는 상수(上壽) 기념전시는 지금까지 지난 2012년 윤중식 선생, 2016년 김병기 선생에 이어 이준 화백이 세 번째다. 전시에는 이 화백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화 155점 및 스케치 168점을 볼 수 있다.

 이준 화백은 관학파 성격의 아카데미즘적 경향의 국전을 혁신할 구성주의적 회화로 한국 현대미술의 면모를 일신한 선구자다.

 그는 남해에서 태어나 1930년대 말 도일해 태평양미술학교에서 수학 후 마산상고 교사로 부임해 1947년 제1회 미술전함회, 1949년 제1회 경남 미술연구회 작품전, 1950년 혁토사(爀土社)전에 출품하며 경남미술 태동기를 함께한 경남의 작가다. 부산 피난시절 많은 예술인과 교류했으며 특히 수화 김환기와 함께 기거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이후 상경해 1950년대부터 30년간 이화여대 미대교 수를 역임하는 등 붓과 교편을 동시에 쥐고 한국 미술의 면모를 일신해온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다.

▲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상수 기념전을 여는 남사 이준 화백.

 이준 화백은 1950년대까지의 주요 화풍이었던 구상회화에서 벗어나 1970년대 초부터 선과 면의 기하학적 패턴이 주요 구성요소가 되는 기하추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구상에서 비구상, 이후 추상화로의 점진적인 변화는 현대작가의 필수적인 4대 요소 즉, 상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재료의 개방 그리고 감상의 자유를 늘 염두에 뒀던 작가의 고집스러운 신념이 반영된 결과였다. 작품의 결과가 우연한 효과에 기인하던 1950년대 추상화로의 진입기에 작가는 자신의 의도가 한층 분명히 드러나는 작업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사물의 형태를 간소화하고, 작가의 눈과 마음에 각인된 찰나의 광색을 그때그때 화폭에 고정시키면서 상상과 표현의 자유를 캔버스 위에서 향유했다.

 그의 캔버스에 등장하는 다양한 색 띠와 도형들은 자연의 대상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주로 산, 나무, 해, 달 등 작가의 마음속에 내재된 자연에 대한 기억의 일부가 여과돼 재구성된 형태들이다. 그의 작품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무는 이유는 아마도 자연을 추상의 형태로 포착하려 했던 작가의 감수성이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1960년~1970년대의 산업화시기에 작가에게 다가온 낯선 공장 지대의 모습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소음은 검은 바탕에 커다란 원이 화면을 가르는 `굉음`이라는 작품으로 나타났고, 이탈리아 여행 도중 곤돌라 위에서 풍선을 들고 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타원형의 검은 형상 위에서 알록달록한 색의 크고 작은 원으로 `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재탄생됐다.

▲ 산업화 시기에 공장 지대의 모습과 소음이 선사한 남사 이준 作 `굉음`.

 이준 화백의 캔버스에는 그가 살았던 삶과 그가 만났던 자연과 그들을 응시하는 작가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주의적 구상 회화에서 점차 비구상의 기하학적인 패턴과 색면으로 변화해가는 그의 작품세계는 전쟁과 분단이라는 다사다난한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응축된 결과다.

 시대적 변화와 흐름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근현대사를 아프게 관통한 한국 화단의 큰 맥을 함께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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