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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력 활용 깨끗하고 위생적인 학교 만들어요”
“고령인력 활용 깨끗하고 위생적인 학교 만들어요”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8.02.07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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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기업 자활기업ㆍ사회적 기업 김해 (유)늘푸른사람들

2006년 자활사업단 출범 2010년 사회적 기업 인증
55~70세 노인 자활 힘써 일감 지원센터 몰려 고민
“미혼모ㆍ한부모 인력 원해”

세제 연구뿐 아니라
청소하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청소 자동화 기계 구비

 자활(自活)이라는 의미는 사전적 의미로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다. 그러나 아무리 스스로 일어서려 해도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가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자활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 (유)늘푸른사람들 직원이 지난해 김해지역 내 위치한 한 어린이집 내부를 구석구석 방역하고 있다.

 재기를 꿈꾸는 취약계층에 진정한 노동의 대가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들을 물심양면 돕고 있는 기업이 있어 찾아가 봤다. 그곳은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중심으로 김해지역 내 학교 및 일반건물 청소, 건물방역, 유치원 놀이터 소독 등 주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늘푸른사람들이다. 이 기업은 지난 2006년 김해지역자활센터 내 자활사업단으로 출발해 2009년 취약계층의 자활과 자립 등을 목표로 독립한 뒤 2010년 정식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으며 ‘최고의 전문화로 오염 없는 좋은 실내 환경을 만든다’를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이 기업은 49여 명의 전문 청소인력이 지역 내 초ㆍ중ㆍ고에 포진돼 깨끗하고 위생적인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 (유)늘푸른사람들이 구비하고 있는 전문적인 청소장비. 학교나 어린이집 등 주로 단체생활을 하고 있는 장소를 대규모로 청소할 수 있다.

 “일평생을 가정주부로만 살고 있었지만, 청소는 정말 자신 있었어요. 그래서 대표직을 수락하는데 큰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청소를 하는 회사인데 대표 정도나 되는 사람이 이 분야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래서 대표직을 수락하고 나서 처음 3개월 동안은 현장을 위주로 실습을 해왔고, 세제나 약품은 무엇으로 하면 되는지 등 같은 연구도 많이 했죠.” 황영임 늘푸른사람들 대표는 이곳이 자신의 첫 직장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남편의 사업 때문에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가 부산에서 먼저 정착한 황 대표는 이후 김해로 정착하면서 방과 후 학습사업단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청소사업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그 당시 팀장의 직함으로 일했고, 지난 2014년 늘푸른사람들의 대표가 된 것이다.

 늘푸른사람들

▲ 황영임 늘푸른사람들 대표.

에 소속된 인력의 연령대는 대체로 55~70세다. 소액이지만 안정적인 급여와 자활의 취지가 담겨 있는 덕분에 10여 년 이상을 이곳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초창기 5명의 자활사업단에서 출발해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이 기업은 근로자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으로 구성돼 있고, 학교나 어린이집 등 청소와 관련한 모든 것들을 교육하고, 사후케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만 잘 하면 되지 전문교육까지 필요하느냐, 반문할 때 황 대표는 청소도구나 용품을 다루는 일이니만큼 반드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소하는 사람들이 고령인력들이에요. 근력이 젊은 사람들에게 비해 상당히 떨어지잖아요. 청소업무는 육체노동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을 종종 들었어요. 그분들의 편의와 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청소 자동화 기계까지 구비를 했어요. 그리고 더 많은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분들의 자활의지를 살려드리고 싶은데, 차츰 우리와 거래하고 있는 학교들이 직고용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분들의 사기가 많이 꺾이고 있어요. 회사도 마찬가지로 그에 따른 고민을 안고 있지요.” 황 대표에 따르면 청소업무와 관련해 학교와 계약을 맺는 시기는 매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1년을 채우지 못하는 계약형태로 돼 있는데, 간혹 일부 학교에서는 자활의지를 가진 노인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길게는 1년 계약을 자발적으로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3년 전 김해교육지원청 내에 학교지원센터가 생기면서부터다. 학교지원센터에서 학교 청소를 무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거래를 잘 해오던 대다수의 학교들이 지원센터로부터 청소를 맡기기 시작했고, 늘푸른사람들의 일거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계약 전이라는 특수상황과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고민거리가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하던 학교 청소 일감들이 지원센터로 몰려버려서 적자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 더욱이 자활의 의지를 갖고 계시는 분들 역시 사기가 많이 꺾인 게 사실이에요. 자활기업이라는 의미가 퇴색돼버리는 것이죠. 지원센터에서 하는 일과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이 차이점이 분명히 있는데, 솔직히 저는 지원센터와 우리 회사가 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황 대표는 지원센터가 건립된 것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기존 거래하고 있던 학교들 대다수가 지원센터에 청소업무를 맡김에 따라 지원센터와 함께 업무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 등이 모색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황 대표에 따르면 늘푸른사람들과 거래를 하고 있던 어떤 특정학교의 경우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쓸 돈조차도 그리 많지 않은데, 청소를 하는데 돈이 투자되는 것은 쓸데없는 행위다. 학생들이 건강하게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학교의 역할임이 분명한데도 면전에서 그런 말을 들은 황 대표는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학교 위생을 위해 일했던 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고 하소연했다.

 회사 상황이 좋지 못할수록 황 대표는 대표직을 놔버릴까도 수십번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 하게 됐다. 직원들의 복리후생부터 계약을 체결하는 것까지 모두 혼자서 도맡아 하게 되면서 차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사회성향에 기대볼 결심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 복지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미혼모나 한부모가족 등 특히 젊은 여성인력을 활용해보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늘푸른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있을 찾아보고 있어요.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이 사회경험도 없는 저조차 이렇게 여성 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김해지역 내 잠재된 능력이 많은 여성인력들을 활용해 어르신 자활뿐 아닌, 그들의 자활도 돕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사회적 기업ㆍ자활기업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들 하시지만, 저는 앞으로 우리와 뜻이 같은 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기업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말이 정말 멋지지 않나요? 우리는 우리만이 여태 고수하고 있는 경영방침 등을 바탕으로 김해시를 대표하는 자활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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