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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이 부럽다
노익장이 부럽다
  • 정영애
  • 승인 2018.02.06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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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올해 일본 문예춘추(文藝春秋)사가 발표한 158회 나오키상 수상작은 기도이 요시노부의 소설 ‘은하철도 아버지’였다. 동시에 발표한 아쿠타가와상은 와카타케 지사코의 ‘나 혼자 갑니다’와 이시이 유카의 ‘100년 진흙’이 공동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나오키상은 대중작가의 통속소설에, 아쿠타가와상은 순수문학에 수여된다. 매년 1월과 7월, 상ㆍ하반기로 나눠 2회 시상한다. 그중 아쿠타가와상 공동수상자인 와카타케 여사는 올해 63세의 할머니이다. 요즘 일본에는 고령 노인 여성의 문학작품이 대박을 터트리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어 화제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지난 2006년에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에 접어들어 현재 노인 인구가 25%에 달하는 초초고령사회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고령사회(14%)가 됐다. 통계청 추계에 의하면 오는 2026년이면 우리도 초고령사회가 된다. 일본이 고령화사회(7%)에서 고령사회(14%)가 되는 데 24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7년 만에 초 스피드로 고령사회가 됐다. 이제 일본은 전체인구 1억 2천600만 명 중 3천200만 명이 노인 인구로 노인 천국이 됐다(한국은 730만 명).

 이처럼 일본이나 한국이나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추세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앞서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에서 보듯이 연간 베스트셀러 1위는 95세 여성 작가 사토 아이코가 쓴 ‘90세 뭐가 경사라고’라고 하니 놀랍다.

 이 책이 물경 100만 부나 팔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자 작가 자신도 놀라서 “대체 왜?”라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할 만큼 일본 노인 여성 작가의 맹활약이 부럽기만 하다. 지금 일본 출판계에서는 ‘아라한(around hundred) 책’이라 불리는 노인 저서가 서점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니 초고령사회 일본의 실상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노인 여성 작가들은 자신의 나이든 얼굴 모습을 책 표지에 당당하게 싣고 노인이라는 선입견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그 만큼 자신감에 넘친다는 증거다. 그 외 105세의 현역 화가 시노다 도코 여사가 쓴 ‘103세가 돼 알게 된 것’도 50만 부가 팔렸으며, 일본 최초의 여성보도사진가인 104세 사사모토 쓰네코 여사가 쓴 ‘호기심 걸, 지금 101세’도 인기리에 팔린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일본 출판계에서는 노인 여성 작가 모시기에 혈안이라고 전한다. 불황 속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순수문학인 시나 소설이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와 우리 출판계가 독자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연세 드신 노익장들의 활약상은 독서계뿐만 아니라 연예계와 패션계에서도 불고 있다. 60대에 이른 연기인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왕년의 연기실력에 못지않은 농익은 연기로 재미를 선사하고 있어 장수 연예인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젊은 사람 전용구로 생각했던 패션 분야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50~80대에 이르는 국내 시니어 모델들이 국내 패션 무대는 물론 세계 패션 무대에도 당당히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3~2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제21차 세계노인학ㆍ노인의학회 세계대회에서 개최한 패션쇼에 우리나라 노인 여성 모델이 참가해 노익장을 과시했다고 한다. 지난 2007년에 설립된 뉴시니어 라이프사는 50세 이상의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모델교육을 해 국내 패션쇼에 데뷔시켜 왔다.

 지금까지 1천800명에게 모델교육을 시켜 146회에 걸쳐 시니어 패션쇼를 개최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패션모델교육을 받아 현역에서 활동하는 모델 중에는 91세 여성도 있다고 한다. 그분들은 나이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을 가꾸면서 노년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활기차게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며 자신의 의지와 행동에 따라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노년을 즐기며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모델로서 바른 자세와 당당한 워킹에 화려한 조명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쇼에 임해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큰 성취감을 맛본다고 한다.

 이처럼 적극적인 노년의 삶은 육체적인 건강유지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충만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각자 제 분야에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노익장을 과시하는 노인들을 보면 인생이란 마음 먹기에 따라 늙음이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라 젊음의 연장선상에 있는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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