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유감’… 누구를 위한 창업 정책인가?
‘시대 유감’… 누구를 위한 창업 정책인가?
  • 정원영
  • 승인 2018.02.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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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영 인제대학교 교수 창업교육센터센터장 / PRIME사업단

 그리스 아테네 교외 아티카에 폴리페몬 또는 다마스테스라고도 불리우는 ‘프로크루테스’라는 강도가 살았다. 이 강도의 집에는 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지나가는 행인을 잡아다가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작으면 침대의 길이에 맞춰 늘여 죽였다고 한다. 결국 프로크루테스의 끔찍한 만행은 포세이돈의 아들(혹자는 아에게우스의 아들이라고도 함)이자 헤라클레스, 아킬레스와 함께 그리스 최고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테세우스’가 똑같은 방법으로 ‘프로크루테스’를 죽임으로써 끝나는 이 유명한 그리스 신화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한 중학교를 방문한 장학사가 과학실을 들렸다. 마침 수업 중이라 한 학생에게 지구본을 가리키며 “학생, 지구가 왜 기울었지요?”라고 질문했더니, 학생이 울상이 돼 “제가 안 그랬는데요”라고 대답했고, 옆에 있던 과학 선생님은 “아!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못 봤습니다. 사올 때부터 그랬는데…”라고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옆에 계시던 교감 선생님께서 장학사에게 넌지시 “아, 국산 다 그런 거 아시면서”라고 했다던가. 내가 교생 때였으니까, 꼭 31년 전에 과학 선생님께 들었던 우스갯 소리다.


 불운인지? 행운인지? 다니던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한국의 IMF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창업 붐이 한창이었던 지난 1998년에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가 뭔지도 모르면서 평생 먹고 살 만큼 벌어주겠다는 선배의 권유로 일했던 회사가 벤처였다. 운 좋게 그 회사가 상장되고, 미국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직접 ‘Co-Founder’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도 해 보고, 쭉 십년 한국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내가 다시 창업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그 짧디 짧은, 길다면 긴 1년의 경험은 앞의 두 에피소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강북의 탱자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창업 제도나 인프라는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는 우리나라 노동법과 많이 닮아 있다. 학생이 아이디어를 내고 특허를 출원하면 특허 지원의 명목으로 일정 지분을 학교나 산단에 지불해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학생 정서상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동아리를 통해 사업화 자금을 받아 창업을 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받으면 더 이상 학교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물론 정책적으로 보육이라는 단계로 넘어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학생들이 빌 게이츠와 같은 꿈을 꿔도 현재 당장 필요한 것은 기업회계가 아닌 어찌 보면 구멍가게 회계가 더 절실할 수 있다. 어렵게 해외인턴을 얻게 되면 4학년이 아닌 경우는 해외 인턴을 위해 휴학을 해야 한다. 물론 해결할 수 있는 교육부 지침 규정이 없지는 않다.

 정작 창업은 학생들이 하는데 창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이 아닌 특허, 사업자등록, 그리고 동아리 수와 같은 학교나 기관의 성과 지표 위주로 창업 프로그램이 운영되다 보니 프로그램은 그 나물에 그 밥이고, 해외 프로그램은 해외 유람단 수준으로 전락해 버리고, 관련 인원의 노력이 내용의 질이 아닌 학생 모집이 돼 버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창업이고 누구를 위한 창업 정책인지?’ 의문스러워질 때가 있다.

 지금도 그러고 있겠지만 대학 창업 정책과 실행은 반드시 창업의 주체인 학생을 중심으로 설계ㆍ시행되고 학생 입장에서 검토해 보는 절차가 보다 보편화되길 기대해 본다. 또한 대학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해 ‘전문가 육성’에 보다 많은 비용을 정책적으로 강제하길 기대해 본다. 내가 가장 놀라는 것은 ‘대한민국에 창업전문가가 왜 이리도 많은지’,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지만 ‘경쟁력 있는 전문가 육성에 대한 투자’가 너무 소홀한 게 아닌지, 그랬다면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차이를 모르는 전문가가 학생을 가르치지는 비극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마치 F-22 전투기 100대가 있는데 F-15 조종사 1천명이 있어 본들 훈련도 없이 바로 F-22를 조정하라면 조정이야 하겠지만 ‘과연 전투에서 F-22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겠는가?’라는 점에서 고민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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