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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공직사회 ‘#With You’ 바람 불어라
경남 공직사회 ‘#With You’ 바람 불어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8.02.04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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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한때 회식 후에는 A국장이, B과장이 ‘어쩌고저쩌고’가 다반사였다. 모두가 지난 일이라지만 눈도 없는 손이 허벅지를 또는 어깨, 허리를 넘나들려 했는가 하면 언행마저 거칠기 짝이 없었다. 이 때문에 직장여성들의 가슴팍을 할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특정한 직장 간부 몇몇의 나쁜 짓거리 때문이었겠지만, 좌우지간 경남 관가에서 회식이 끝난 후 이러쿵저러쿵 여담이 오갔다. 지금 같으면 황천길을 몇 번 갈 일도 은근슬쩍 넘어가곤 했던 게 ‘회식여담’으로 회자되곤 했다. 회식문화가 2차, 3차로 이어지고 질퍽한 술타령도 흔하지 않지만, 간혹 더럽고 지저분한 손버릇에다 언어폭력까지 더해진 회식여담에도, ‘그놈의 술 때문에’를 핑계로 은근슬쩍 넘어가곤 했다.

 근래 들어서도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어디서부터 솟아난 근성인지 성희롱으로 문제가 됐지만 문제 제기를 해도 직장의 조직문화가 이를 가로막아 흐지부지된 적이 많다. 이 과정에서도 가해자들의 연대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짙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통영지청 모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사회이슈로 급부상, 직장 내 성추행을 뿌리 뽑기 위한 ‘ME TOO’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 재계, 학계, 문화계를 가리지 않고 그동안의 성추행, 성희롱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이제부터는 확 바꿔야 한다. 일반사회와는 달리, 서열 의식이 강한 공적 권력과 사적 권력이 혼재돼 행사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문화가 성희롱 피해자로 하여금 즉각적으로 항의하거나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가로막는다. 또 상하 간의 직위를 빌미로 성희롱 문제 제기를 ‘트러블메이커’로 취급하는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경미하다해도 성희롱 고발을 수용하고 가해자에게 ‘옐로 카드’를 주는 조직문화로의 변화는커녕, 별 의식 없이 행해져온 많은 성희롱에도 예방이 구두선에 그친 것도 원인이다.

 이 같은 짓거리는 회식 문제에서 출발한 게 다반사다. 술 따르라는 것은 기본이고 막말, 성추행, 성희롱 등이 공공연하지만 부서원들 간의 화합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또는 상하 간의 위계질서를 저해한다는 등 사소한 일로 치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서열에 우선한 직위우선주의, 열외가 인정되지 않는 군대문화, 개인취향은 가볍게 무시되는 전체주의 등 별난 문화가 전통의 조직문화로 치부됐다.

 이 때문에 직원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회식 사전예고제, 회식참여나 술을 강요하지 말고 ‘성희롱 금지 또는 성추행 금지’ 선언 후, 회식하자는 목소리인 만큼, 회식이란 게 국ㆍ과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놀이문화'란 인식부터 확 뜯어 고쳐야 한다.

 이 같은 회식문화에 사용하는 공적자금은 경남도민들의 혈세다. 이 때문에 혈세 사용의 적정성 여부도 검토돼야 한다. 사기 앙양과 단합이란 명목과는 달리 술판에 치우친 회식 후 이어지는 잡다함은 무용론이 대세다. 특히 혈세를 들인 회식이 경남도민에게 보다 나은 어떠한 서비스가 제공되는지의 여부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거물 영화감독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보도, 할리우드 영화계에는 큰 파문이 일었다. 이후 많은 여성들이 SNS에 “나 또한 (비슷한 일을) 당했다. 내 사연도 소개한다”며 ‘#Me_Too’ 캠페인을 시작했다.

 와인스타인이 영화 캐스팅을 빌미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폭로한 여배우 레아 세이두는 “가장 역겨운 건 와인스타인이 그러고 다니는 것을 모두 알았지만, 아무도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성폭력을 직접 저질러야만 가해자인 것은 아니다. 성폭력을 외면하거나 방관하거나 알고도 침묵하거나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거나 ‘피해자 책임론’을 들먹이는 자(者), 이들 모두가 가해자다.

 이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대한 항의가 ‘분위기 깨는 일’이란 인식전환은 필수적이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30여 개 경남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은 창원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기를 내 성추행 사건을 외부에 알린 서 검사를 격려하고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따라서 ‘#ME TOO’ 물결을 보듬는 ‘#With You’ 응원이 이어지는 등 침묵을 깨고 목격한 사실을 증언할 때 세상은 달라진다. 혹여 지난 일이라 해도 도청 및 도내 관가에서 회식 때 나쁜 행동으로 논란이 됐다면, 성찰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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