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1:07 (금)
교통사망사고 특별경보 발령
교통사망사고 특별경보 발령
  • 김병기
  • 승인 2018.01.29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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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연지지구대장 경감

 우리 경찰서 2층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 “영혼이 맑은 사람이 잘 웃고, 잘 웃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글을 봤기에 의도적으로 애써 웃기 연습을 한다. 영혼이 맑다 해 잘 웃기야 하겠나 마는 좋은 사람에는 공감한다. 웃을 일이 많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 많다는 것이고, 좋은 일이 많다면 살아볼 만한 가치 있는 삶이란 증거다. 하루가 멀다고 가진 자들의 갑질과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기센 이들의 엄포에 한파까지 더해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을 어렵게 한다. 그나마 오후가 돼 기온이 올라 오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다행이다.

 쉬는 날 오전 9시 집 근처 대형할인매장을 찾았다 뒤엉킨 차량행례에 놀라 물었다. 주차관리 직원이 답한다. “축협 화목데이 아침장 보러 온 사람들입니다.” 오랜만에 장 소리를 들어본다. 어린 시절 고향 밀양 수산장은 3, 8일인데 장에 간 부모님을 찾아 학교수업이 마치면 십리 길을 마다하고 걸어간 기억이 떠올라 장에 온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때 주차장 한쪽 구석에 굽은 허리를 추스르며 연신 몸을 떨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옆에 다리를 절뚝이며 선 할아버지도 보였다. 앞에 들고 온 소주병들로 봤을 때 빈 병을 수거해 온 분들이다.

 할인매장에 물건을 구입키 위해 온 분들은 건물 안 온기로 추위를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지만,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정부 시책에 호응, 빈 병을 가져온 분들은 주차장 아스팔트 냉기와 칼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빈 병을 확인하는 직원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으니 보통 때는 오전 9시에 빈 병을 받는데 화, 목요일 아침장은 장이 끝나는 10시가 지나야 병을 받는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는 추위도 아랑곳없이 받아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아무런 항의조차 하지 않는다. 화목데이 아침장을 보기 위해 들어섰다. 젊은이는 보이지 않고 대부분 50∼60대 중년들이 몰려와 입구부터 장사진이다. 마트 한쪽을 점령하던 카트기가 동이 났고 손바구니도 동이 났다. 9시 정각 “지금부터 아침장을 시작합니다”라는 멘트에 돌진하는 인파에 휩쓸려 매장 안으로 떠밀렸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 서로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키 위해 쓸어 담기 바쁘다. 간신히 제철 채소와 미역국에 넣을 쇠고기를 들고나와 계산대로 향했는데 두 번 놀랬다. 아직 계산을 하러 온 사람이 없다.

 바깥에는 온몸으로 한파와 싸우며 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이, 안에는 값싼 물건을 찾아 몸을 사리지 않는 우리네가 엉켜 다들 바삐 살아가는 요지경 세상 한가운데 서 있다. 연이어 발생한 교통사망사고를 차단키 위해 우리 경찰서에 교통사망사고를 예방키 위한 특별경보 발령이 내렸다. 선택과 집중으로 치사율이 높은 보행자ㆍ이륜차 사고 예방 지시에 지구대 문을 나서는 동료들에게 당부한다. 문제의식을 갖고 한번을 돌더라도 제대로 보고 살펴 더 이상 선량한 주민들이 교통사망사고의 불행을 떨쳐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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