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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성이 배태한 역사 아픔, 사진으로 본다
왜성이 배태한 역사 아픔, 사진으로 본다
  • 어태희 기자
  • 승인 2018.01.28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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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사진연구회 첫 전시
성산아트홀ㆍ김해도서관
안골ㆍ웅천ㆍ외양포 담아
▲ 이용희 작가 작품 `가덕도 외양포 마을`(14x11in, 2017).

 임진왜란이 끝난 뒤 우리 땅에는 30여 개의 왜성이 남아있다. 이 중 진해에는 웅천, 안골, 명동, 자미 4개의 왜성이 일제 침탈의 흔적인 성각과 포진지, 병영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다. 창원사진연구회는 안골 왜성과 웅천 왜성, 가덕도 외양포 일본군 포진지 일대 등 시간에 부딪혀 조금씩 침식되는 역사의 흔적을 담았다.

 이 모습은 `역사는 또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제목의 사진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창원사진연구회(회장 하은영)는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김해도서관에서 작품 60여 점을 걸고 전시회를 펼친다.

 창원사진연구회는 지난해 12명의 사진작가들이 소재주의와 공모전 중심의 사진에서 탈피해 순수 사진공부 모임으로 시작한 연구회다. 격주로 사진공부와 개인연구 발표를 하고 연 2회 학술세미나 개최를 예정하고 있으며 1년간 연구를 통해 지역탐구 프로젝트와 개인탐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창원사진연구회의 첫 지역탐구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김창섭 지도 교수와 함께 회원 10명이 1년간 현장에 나가 왜성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들은 각자 다양한 시각으로 왜성의 흔적을 소회했다. 그저 바위덩이로 보이는 부서진 성벽의 조각들을 담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덮어져 산록 속에 숨은 왜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핀홀 촬영기법을 활용해 눈꺼풀에 먼지가 쌓인 것처럼 온통 초점이 흐린 모습으로 그 현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원 이연옥 작가는 돌 하나하나에 아픔의 상흔을 느껴보고자 했다. 이작가는 "왜성을 쌓은 사람은 강제로 동원된 조선인들이었다. 그 고단한 아픔을 재조명하고 이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역사적 교훈이 됐으면 했다"고 전했다.

 이용희 작가는 삶의 터전인 외양포의 색을 담았다. 그는 "100여 년 전 원주민들을 반강제적으로 쫓아내고 일본군은 마을 전체를 군사요지로 만들었다. 지금은 주민들이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었다"며 "현병대 막사, 사령관실, 일본식 가옥, 포진지, 우물 등 아픈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외양포 터전을 마주했다"고 얘기했다.

 창원사진연구회 김창섭 지도 교수는 "오늘의 경제발전과 현대화는 침탈당하고 생채기 난 역사의 초라함을 잊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며 재고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역사는 마주해야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역사의 아픈 상처인 왜성과 외양포를 1년간 마주하며, `역사는 외면하고 잊으려 한다면, 또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원사진연구회는 전시회를 마친 이후 개인탐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는 12월에 또 한 번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1-이연옥 작가 작품 `진해 안골 왜성`(130x29㎝, 2017).

사진2-이용희 작가 작품 `가덕도 외양포 마을`(14x11i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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